수영 시작한 지 5년이 넘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몸이 피곤해도 쉬는 날에도 심지어 날씨가 궂어서 외출이 어려운데도 어떻게든 수영할 방도를 찾는다. 뇌가 특정 시간이 되면 나를 끌고 간다.
서울에서는 이미 토요일 오전 수영이 루틴화되어있다.
사실 대전에 단신 부임할 때도 이 부분이 살짝 걸렸다. 과연 대전에 적당한 수영장이 있을까?
여기서 이야기하는 적당한 수영장이란 시설의 좋고 나쁨이 아니다.
도시별로 지역구민 건강 증진을 위해 좋은 시설의 수영장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사무실이나 숙소 근처에 얼마나 '접근성' 좋은 수영장이 있느냐 하는 게 초미의 관심사였다.
'접근성'은 수영뿐만 아니라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접근성이 안 좋으면 연속성 보장이 어렵고, 연속성이 보장 안되면 중간에 몇 번하다가 흐지부지 되기 일쑤이다.
대전 발령 후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갔다.
첫 단계로 사무실 근처를 검색했다. 후보지로 대여섯 군데 있었지만, 필터링을 해보니 자유수영 시간이 안 맞아서 탈락했다. 좀 더 범위를 넓혀서 찾아보니 거리는 6km 정도 떨어져 있지만 차량을 이용하면 다닐만한 곳이 나타났다. 얼른 수영 장비를 챙겼다.
자유 수영은 일주일 중 화, 수요일 단 이틀뿐.
드디어 화요일이 되어 새로운 시설에 간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수영가방과 도구들을 챙기고 출발했다.
그런데, 입장하려고 했더니 문제가 생겼다. 화요일은 자유 수영 날짜가 아니란다. 수요일 하루란다.
'이게 뭔 소린가?'
나는 사진 찍어간 사진과 홈페이지 내용을 들이밀었다. 수영자 관리자가 '어? 홈페이지 수정을 안 했네.?, 죄송합니다.. 홈페이지 제작을 외주 줬더니 내용 수정이 안되었네요. 자유 수영은 수요일 하루입니다.'
눈으로 심한 욕을 하고 뒤돌아 나왔다. 어떻게 준비해서 온 건데 허탕이라니.
씩씩 거리며 다음날 차를 몰고 또 갔다. 근데, 이번에 웬걸 주차장에 차 세울 자리가 없다.
'oh, my..'
주차 공간 자체가 너무 적고 이중 주차까지 주차문제가 심각했다. 검색해 보니 가장 가까운 공영주차장이 500m 떨어져 있었다. 2월의 살 에이는 바람은 매서웠다. 갈 때는 괜찮지만, 수영하고 나오면 머리도 덜 말랐을 텐데, 이 찬바람을 도대체 어떻게?
나오는 욕을 간신히 참고 차를 세우고 도구 챙겨 수영장엘 입장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시설은 고생한 것에 비하면 괜찮았다. 천정도 굉장히 높아서 소리가 시끄럽지 않았고, 운동에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상급과 중급 사이에 '오리발 전용' 레인이 있는 거였다.
'뭐라고? 오리발 전용 레인이라고? '
서울에 사놓고 잘 사용 안 하고 처박아 놓았던 오리발이 떠올랐다. '여기까지 고생하며 온 보람이 있네? '
다음 주에 나는 쇼핑백에 서울에서부터 직접 공수하여 파란 지느러미 부분과 주황색의 신발 모양이 붙어 있는 오리발을 서울에서 갖고 왔다. 운동하려고 자전거를 탔는데, 타고 보니 전기자전거였다.
오리발 전용 레인이 좋은 것은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사람이 많으면, 부딪치고 내 운동 타이밍대로 하기 어렵고 여러 가지 번거로운 일들이 계속 생긴다. 사람이 적으면 쾌적도가 올라간다.
'얏호~ 고생 끝에 낙이 왔네.'
하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잘 풀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다녔을 때 문제가 생겼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이슈로 회사 차량 대여가 중단되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지만, 오리발과 수영 도구를 들고 다니기에는 부담스러웠다. 매번 택시 탑승도 꺼려졌다. 결국 대전에서 수영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수영 여정은 의외의 변수로 중단되었다. 그리고, 4개월 만에 7월 들어 다시 차량 사용이 재개되면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엊그제는 수영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하면서 그동안 준비했던 과정을 돌이켜 보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운동이라는 목표 앞에서 조그만 장애물 한 가지만 나와도 쉽게 포기한다.
일반사람들은 운동 시간에 누가 식사하자고 기다렸다는 듯이 '뭘로 할까요?' 하면서 식사 장소로 달려 나간다.
회식이 잡히면 아무 일정 없다고 웃는 얼굴로 소맥을 들이키며 '담주에 하지 뭐~'라고 나를 설득한다.
'참 나도 끈질기네. 웬만하면 포기할 텐데..'
수요일 퇴근 무렵이면 나는 여전히 들뜬 마음으로 수영 가방과 오리발을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