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계획, 뜻밖의 인연

도쿠시마#5

by설빛

미술 작품과 조금 더 친해지고 싶어 이번 여행에서도 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마침 도쿠시마에는 서양 명화 약 1,000점을 원본 크기로 재현해 놓은 오츠카 국제 미술관이 있었다.


오픈 시간보다 여유 있게 가려고 계획했다.

규모가 커서 한두 시간으로는 부족하다는 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다.

중간에 버스를 갈아타야 했는데 버스 도착이 늦어지는 바람에 환승에 실패해버린 것이다.


다음 버스는 30분 후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개장 시간에 맞춰 출발하는 버스가 있었는데도 조금 더 일찍 도착하겠다고 환승을 택한 일이 무색해졌다.

조금 일찍 도착하고 싶었는데 시작부터 일이 꼬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직행버스 탈걸.'

환승을 선택했던 나도, 도로 상황으로 인해 늦어진 버스도, 정해진 시간에 출발한 운전기사도 잘못한 건 없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멍하니 버스 시간표를 쳐다봤다.

혹시라도 다른 버스가 있을까 하고 방향과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을 때였다.

할머니 한 분이 말을 걸었다.

“잘못 내렸나요?”

처음부터 상황을 설명하자니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았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그렇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놀라더니 자신도 그렇다며 반가워했다.


할머니는 병원에 가는 길이었다.

평소에는 자전거를 타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서 버스를 탔다고 했다.

그러나 내릴 정류장을 지나쳐버려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할머니는 내가 아침이라 졸다가 내릴 정류장을 지나친 건 아닌지 걱정해 주었다.

함께 미술관으로 가는 버스를 찾아보더니 나는 잘못 내린 건 아닌 것 같다며 빙그레 웃었다.


할머니는 내게 어디에서 왔는지 물었다.

한국이라고 대답했더니 할머니는 놀랐다.

도쿠시마 사람은 아닌 것 같았지만 외국인인 줄은 몰랐고, 일본 다른 지역에서 여행하러 온 줄 알았다고 했다.

할머니는 사투리를 많이 섞어서 썼는데 알아듣기 괜찮았냐며 미안해했다.


“하필 왜 이런 시골에 왔어요?”

일본 여행을 여러 번 다니다 보면 유명한 대도시보다 소도시의 분위기가 궁금해진다.

할머니는 도쿠시마에서 쭉 나고 자랐다고 했다.

할머니에게는 평생 살아온 익숙한 동네였지만 내게는 도쿠시마가 알고 싶은 곳이었다.


할머니는 해외여행은 생각도 해본 적 없다며 혼자 다른 나라를 여행하러 온 내가 신기하다고 했다.

여행은 한 번도 가지 않은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고 한다.

할머니에게도 여행의 즐거움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그때 버스 한 대가 도착했다.

할머니가 탈 차였다.

아쉽지만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작별했다.


버스가 제때 왔다면 할머니와 만나지 못했겠지.

조금 일찍 도착하려던 계획은 어긋났지만 덕분에 뜻밖의 인연을 만났다.

앞으로는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도 조금 기대해 봐도 좋겠다.

그곳에서 어떤 사람과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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