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시마#4
일본의 소도시는 고요하다.
모두 자신의 속도대로 여유롭게 다닌다.
그 사이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뛰어다녔다.
늦은 저녁을 먹으러 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도쿠시마 역으로 갔다.
예상대로 대다수의 식당은 이미 문을 닫았다.
오랜만에 가난한 유학 시절 자주 가던 사이제리야에 가 보기로 했다.
맛이 뛰어나진 않지만 저렴한 사이제리야.
많이 먹지도 못하면서 메뉴를 세 개나 주문했다.
가격은 여전히 저렴해서 천 엔을 넘지 않았다.
여전히 저렴한 가격에 그때의 생활이 잠깐 떠올랐다.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여행은 이제 막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한 손에 핸드폰을 든 채 음식을 입안에 욱여넣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식사를 잘 챙겨 먹기로 했으니까.'
배가 고파서라기보다 그 다짐을 지키기 위해 씹고 또 씹었다.
영업 종료 시간에 쫓겨 맛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다.
배를 채우고 만족스럽게 가게를 나섰다.
오늘을 이대로 끝내기에는 아쉬웠다.
마침 역 근처에 노래방에 있어서 들어갔다.
한국에는 없는 일본 노래를 부르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퇴실 안내 전화가 온 것도 뒤늦게 알아챘다.
연장 문의를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잘 시간을 생각해 그만두었다.
노래방을 나와 숙소로 향했다.
얼른 돌아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었다.
파란불이 깜빡거리는 신호등을 보고 후다닥 뛰어갔다.
문득 혼자 서두르는 내 모습이 이질적으로 보였다.
'잠깐의 틈도 기다리지 못할 정도로 여유가 없구나.'
삶에 파란불만 켜질 수는 없다.
그런데 내 앞에서 신호가 빨간 불로 바뀌는 걸 견디지 못했다.
세상이 내 속도에 맞춰 움직여 주는 것은 아닌데.
조금 늦는다고 세상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잠시 멈춰 서 있었다.
세상이 내 뜻대로 움직여 주기를 바라는 건 오만한 생각이었다.
보폭을 줄였다.
느리게 발걸음을 떼며 일본을 들이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