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도쿠시마#3

by설빛
KakaoTalk_20261015_210901743.jpg?type=w773


여유롭게 아와오도리 공연장에 도착했다.

이미 입장을 시작한 상태였다.

티켓을 보여주고 들어서자 관객석을 둘러싼 무대가 눈에 들어왔다.

무대와 객석 사이에는 경계가 없는 듯 가까웠다.

춤추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숨결까지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두근거렸다.


공연 시작을 몇 분 앞두자 공연장에 사람이 가득 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미리 무대 앞으로 나왔다.

공연 시간이 되자 악기 연주가 시작되었다.

커튼이 조금씩 걷히더니 아와오도리를 추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남자, 여자, 아이가 모두 함께 어울려 추는 춤이었다.


춤을 보고 있자니 움직임이 조금씩 달라 보였다.

남자들은 큰 보폭과 힘찬 움직임을 보였다.

여자들은 손끝으로 우아하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아이들은 팔다리를 곧게 뻗으며 경쾌하게 움직였다.


중간에 아와오도리 춤을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춤을 배우기 앞서 진행자는 관객들과 가볍게 이야기를 나눴다.

알고 보니 관객은 크게 한국인, 대만인, 일본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생각보다 국제적인 공연이었다.

일본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도 있었다.


본격적으로 아와오도리 춤을 배웠다.

마을 사람 누구나 출 수 있는 춤인 만큼 어려운 동작은 없었다.

손과 발을 같은 방향으로 뻗으면 되는 단순한 춤이었다.

같은 움직임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비잔산에 이어서 반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에게는 즐거운 체험이었지만 매일 같은 춤을 추고 공연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반복되는 동작 속에서도 처음과 같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와오도리를 무대에서 함께 출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때 잘 춘 사람에게 상을 준다는 걸 알고 있었다.

괜히 상을 받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열심히 췄다고 자신하지만 상은 받지 못했다.

최선을 다한 것과 결과는 별개라는 사실에 풀이 죽었다.


1등 한 여성분은 한국인이었다.

상을 받은 사람들은 춤을 추면서 자리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녀의 춤을 엿볼 수 있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기보다 스스로의 동작에 집중했다.

나는 동작을 틀리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 했다.


체험이 끝나도 아와오도리 공연은 계속되었다.

그들은 번갈아 무대에 나왔다 들어갔다가를 반복했다.

공연자들은 무대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어떤 사람은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해서 춤을 췄다.

다른 사람은 무대에서 보이지 않을 무렵 자세를 풀고 걸어갔다.

같은 무대에서 같은 춤을 추었지만 마지막 순간은 달랐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행동할까.

갑자기 그런 질문이 다가왔다.

누군가의 시선이 닿지 않는 순간에도 자세를 유지하는 사람이고 싶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떳떳하기 위해서다.


막이 내려왔다.

그들은 과연 마지막 순간까지 춤을 추고 있었을까.


SE-d5b4a551-1fde-4435-953d-6fc7f77f3c5c.jpg?type=w773
SE-321a3b32-6c0d-4db9-a2b0-e98e21ab6807.jpg?type=w773
KakaoTalk_20261015_210901743_05.jpg?type=w773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4화눈빛은 거짓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