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시마#7
미술관 근처에 소용돌이를 볼 수 있는 해상 산바카라로가 있다고 해서 미술관에서 보낼 시간을 조정해서 찾아갔다.
가는 길은 햇볕이 내리쬐는 뙤약볕이었다.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일본 여름 여행을 추천하지 않는다.
더위를 잘 타지 않는 편인데도 일본 여름의 더위와 싸우다 항복 선언을 할 뻔했다.
금방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근처에서 한참을 헤맸다.
지도만 보고 갔으면 됐을 텐데 소용돌이 길로 향하는 듯한 무리를 보고 뒤를 쫓다가 엉뚱한 곳으로 가고 말았다.
전혀 다른 목적지였던 것이다.
많은 사람이 가는 곳이 내 목적지가 아닐 수도 있다.
소용돌이는 만조나 간조 전후에 가장 잘 보인다고 한다.
미술관에서 예상보다 오래 머문 탓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간조 시간이 지나 있었다.
산바카라로는 해수면 약 45m 높이에 설치되어 있었다.
옆구리가 터진 천막이 뜨거운 햇빛은 막아주고 바람만 살랑살랑 들어올 수 있게 도와주었다.
산바카라길 곳곳에 투명한 유리창이 있어 발밑으로 흐르는 조류를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유리 바닥 너머 소용돌이를 보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발밑으로 바다가 훤히 보이자 식은땀이 났다.
겨우 각도를 맞추니 소용돌이가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그런 내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듯 어린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유리 바닥을 뛰어다녔다.
전망대에 도착한 기념으로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몸은 그대로 둔 채 발만 뻗어 셔터를 눌렀다.
나름대로 쥐어짜 낸 용기였다.
사진을 찍다 보니 직접 유리 바닥 위를 걷지 않더라도 근처에 가면
핸드폰 카메라로 소용돌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직접 눈으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건 아쉬웠다.
대신 핸드폰 카메라에게 맡겨 보기로 했다.
화면 속에는 작고 찌그러졌지만 소용돌이가 확실히 보였다.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자연은 참 신비로웠다.
그 신비를 가까이서 들여다보기 위해 구조물을 만든 인간도 참으로 흥미로웠다.
유리 바닥이 액자라도 된 듯, 그 안에 담긴 소용돌이는 미술관에 걸린 어떤 작품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전망대에서 얼마나 있었을까.
소용돌이를 직접 보겠다는 마음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솔솔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짭조름한 바다 냄새,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바다만 바라봤다.
무언가를 보러 왔지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렇게 한참을 전망대에서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