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시작도 안 했으면서 지친 척하고 있다

by선비천사

아내는 집 아래 화원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2층 다락방에서 하루 종일 생각만 하고 있다.


같은 집에 살면서
우리는 전혀 다른 하루를 산다.


아내는 꽃을 키우고
나는 머릿속에서만 무언가를 키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준비만 하고 있는 걸까.


아니,


나는 아직 시작도 안 했으면서
지친 척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해야 할 일은 쌓여 있고
하고 싶은 일은 미뤄둔 채


나는 늘
애매한 중간에 서 있다.


현실로 내려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완전히 도망치지도 못한 채


머릿속에서만
자꾸 다른 삶을 상상한다.


어디론가 떠나는 나
다른 선택을 한 나
지금보다 조금은 자유로운 나


그런데


나는 한 번도
그쪽으로 가본 적이 없다.


생각만 했지
움직인 적은 없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해본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준비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망설이다 끝내는 삶은,
이제 그만두자.


딱 한 번만이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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