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큰 놈 이겨내기

1등에게 족쇄를 채우는 2등의 선택

by조병묵

많은 이들이 목소리 큰 1등을 이기려면 더 크게 외쳐야 한다고 여긴다. 착각이다. 더 크게 외칠 돈이 있었다면 애초에 2등이 아니었을 것이다. 목소리 큰 놈을 이기는 방법은 목청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가 들어올 수 없는 방을 찾아 거기서 외치는 것이다.


산업에는 경계가 있고, 그 안의 기업은 매출 등 실적에 따라 티어 1·2·3으로 나뉜다. 매출이 클수록 광고비도 크다. 광고비가 매출의 일정 비율이라는 업계 관행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에는 1등의 목소리만 들린다. 이것이 SOV(Share of Voice), 목소리 점유율이다. 네이버와 쿠팡의 상단을 늘 같은 이름이 차지하는 이유다. 광고비를 SOV로, SOV를 인지도로, 인지도를 다시 매출로 바꾸는 이 바퀴는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순위는 고착된다.


그렇다면 1등을 제외한 나머지 99%의 기업은 영원히 지는가. 다윗은 사울 왕이 준 갑옷을 입어보고 “이것을 입고는 걸을 수 없다”며 벗었다. 다윗이 갑옷을 벗고 민첩성을 더하는 순간 골리앗의 육중한 갑옷은 족쇄가 되어 버렸다.


1등의 전략은 무엇을 할 것인가의 선택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의 선택이다. 지킬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2등이 새 포지션을 잡고 1등이 그것을 따라 하려는 순간, 1등은 양다리에 걸린다. 꿀을 빨던 기존 포지션을 버릴 수 없으니 두 활동체계가 서로를 갉아먹는다. 1등은 당신을 따라 할 수 없어서 못 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 하려면 자기 것을 버려야 하는데, 그걸 못 버려서 못 하는 것이다.


1등이 스스로 버리지 못하는 갑옷은 일곱 조각이다.


첫째, 매출의 족쇄. 신제품이 캐시카우를 잠식하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이 일어난다. 매몰비용이 변화의 발목을 잡는다. 많은 경영학자들이 증명했듯, 독점기업은 신규 진입자보다 혁신 동기가 구조적으로 약하다. 진입자는 0에서 시작해 전부를 얻지만 1등은 자기 이익을 대체할 뿐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수건 제조사는 미용실에 낱장 도매로 팔던 방식을 버리고 세탁·수거까지 바카라임지는 정기구독으로 전환했다. 기존 도매 매출을 스스로 깨뜨린 결정이었다. 1등은 그 결정을 결재판에 올릴 수조차 없다.


둘째, 수익성의 족쇄. 1등의 시스템은 기준 마진율에 미치지 못하는 사업계획을 악의 없이, 자동으로 기각한다. 달러셰이브클럽이 뛰어들기 직전인 2010년, 질레트는 미국 면도기 시장의 약 70%를 쥐고 있었다. 달러셰이브클럽은 월 1달러 구독으로 그 아래를 파고들었다. 4,500달러로 하루 만에 찍은 90초짜리 영상 한 편이 시작이었고, 4년 뒤 유니레버가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질레트는 그 가격대로 내려올 수 없었다. 내려오는 순간 자기 마진 구조가 무너진다.


셋째, 채널의 족쇄. 1등의 유통망은 가장 큰 무기이자 가장 무거운 사슬이다. 신규 채널을 열면 기존 대리점이 반발하고 이탈한다. 현장에서 만난 생활용품 제조사는 총판 없이 자사몰부터 열었다. 지킬 유통망이 없다는 것이 설계의 자유였다. 첫해 매출은 작았지만 고객이 누구이고 무엇을 언제 다시 사는지를 첫날부터 알았다. 대리점을 거치는 1등은 지금도 그 데이터를 못 가진다.


넷째, 정체성의 족쇄. 1등일수록 자기 범주에 묶여 있어 경계를 넘을 때 벌금이 크다. 리퀴드데스는 생수를 맥주 캔에 담고 해골을 그렸다. 첫 광고 영상 제작비는 1,500달러, 2024년 소매 판매액은 3억 3,300만 달러, 기업가치는 14억 달러다. 대형 생수 브랜드는 ‘청정’과 ‘순수’라는 자기가 만든 언어를 부정할 수 없었다. 1등의 범주에서 선도자가 될 수 없다면, 선도자가 될 새 범주를 만들어라.


다섯째, 규모의 족쇄. 1등에게 작은 시장은 성장 욕구를 채우지 못한다. 회의 안건에 오르지도 못한다. 수제맥주는 오랫동안 마니아의 틈새로 치부됐다. 2021년 5월, 세븐브로이의 곰표 밀맥주는 CU에서 카스와 테라를 제치고 캔맥주 매출 1위에 올랐다. 월 공급량 20만 개가 300만 개로 늘자 벌어진 일이다. 대형 맥주사의 회의실에서 그 시장은 반올림하면 사라지는 숫자였다. 세븐브로이에게는 전부였다.


여섯째, 보편성의 족쇄. 1등은 크고 자애로운 브랜드다. 모두를 사랑해야 하므로 누구도 편애할 수 없다. 시장이 집중될수록 주변부에 전문 기업이 번성할 공간이 생긴다. 1등이 중앙으로 몰릴수록 방치되는 땅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라면 시장의 다수가 아니라 극강의 매운맛을 원하는 소수를 겨눴다. 2012년 나온 불닭볶음면의 누적 판매량은 2024년에 70억 개를 넘어섰다. 시장조사만 했다면 “너무 맵다”는 답이 압도적이었을 제품이다.


일곱째, 속도의 족쇄. 1등은 오래 할수록 느려진다. 법무팀과 홍보팀의 합의를 거쳐 품의가 통과될 무렵이면 유행은 끝나 있다. 믿을 만한 조직이기 때문에 느린 것이다. 신뢰성의 대가가 관성이다. 현장에서 만난 5평 반찬가게는 월요일 아침에 정한 메뉴를 그날 저녁 배송에 올린다. 1등은 그 한 줄을 바꾸는 데 3주가 걸린다.


여기까지가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이 더 중요하다.

다윗은 갑옷만 벗은 것이 아니다. 시내에서 매끄러운 돌 다섯 개를 골라 주머니에 넣었다. 한 방에 끝낼 생각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골리앗에게 족쇄를 채웠다 해도, 공격 기회를 반복 생산하지 못하면 한 번의 히트로 끝난다. 우리는 그런 회사를 너무 많이 봤다. 히트작 하나로 반짝했다가 3년 뒤 조용해진 브랜드들.


무엇이 반복을 만드는가. 운영 탁월성이다. 가치를 만들고 전달하는 운영 시스템이 핵심 활동을 중심으로 계속 강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의 인식 속에서 리더가 된다. 매일 새벽에 문 앞에 놓인 상자, 세 번 연속 지켜진 납기, 전화 한 통으로 끝난 교환. 이런 것들이 쌓여야 고객의 머릿속에 우리의 운영 탁월성이 각인된다.


다윗이 갑옷을 벗는 것이 골리앗의 갑옷을 족쇄로 만드는 전략이고, 돌을 다섯 개 챙기는 것이 운영 탁월성이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골리앗을 넘어뜨릴 수 없다. 목소리 큰 놈을 이기는 길은 더 크게 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갑옷 때문에 들어올 수 없는 방을 찾아 거기서 매일 같은 소리를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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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 진단을 위한 세 가지 시선]


투자자의 시선

1. 이 회사 매출 중, 1등이 구조적으로 들어올 수 없는 영역에서 나오는 금액은 얼마인가?

2. 이 회사가 1등이라면 — 최근 3년간 캐시카우를 잠식하지 않고 스타로 키워진 신제품은 몇 개인가?

3. 이 회사가 2등이라면 — 최근 3년간 어떤 선택을 통해 1등에게 족쇄를 채웠는가?


CEO의 시선

1. 우리가 2등이라면 — 일곱 개의 족쇄 중 올해 공격할 하나는 무엇인가?

2. 우리가 1등이라면 —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 중, 내년에 버려야 할 족쇄 하나는 무엇인가?

3. 지난 1년간 내가 승인한 안건 중, 기존 매출을 줄이는 대신 새 고객을 얻는 안건은 몇 건이었는가?


경쟁사의 시선

1. 1등의 영업사원이 우리 고객 앞에서 우리를 어떻게 설명하는가? 그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을 수 있는가?

2. 1등이 우리를 시장에서 지우려면 얼마가 드는가? 우리가 선택을 통해 1등에게 채울 수 있는 족쇄는 무엇인가?

3. 우리가 내일 문을 닫으면 우리 고객은 어디로 가는가?



[운영 탁월성을 갖춘 조직의 월요일 실천과제]


우리가 1등인 가장 작은 방을 찾아라

SOV(Share of Voice)는 내 목소리를 전체 시장의 목소리로 나눈 값이다. 분자를 키울 돈이 없다면 분모를 바꿔야 한다. 이번 주 월요일, 반나절이면 시작할 수 있다.


1단계(월요일 오전, 2시간) — 백지에 우리 시장을 네 번 좁혀 적는다. 지역으로 한 번, 고객으로 한 번, 용도로 한 번, 시간으로 한 번. “생활용품”이 아니라 “반경 5km 안, 신생아를 키우는 집, 밤 10시 이후에 쓰는 물건”까지 좁힌다. 2단계(월요일 오후, 2시간) — 네 개의 방마다 경쟁자 이름을 전부 적는다. 이름이 셋 이하로 줄어드는 방이 나올 때까지 계속 좁힌다. 그 방이 당신의 전장이다. 3단계(주중) — 그 방에서 우리의 SOV를 재어 숫자 하나로 만든다. 우리 브랜드와 경쟁자 이름을 나란히 놓고 최근 12개월의 SOV를 본다. 그 비율이 이번 분기 당신 회사의 크리티컬 넘버다. 매주 같은 요일에 재고, 사무실에 붙여라. 숫자는 공유될 때만 행동을 바꾼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