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다

by소담


주말 아침이었다.


잠이 덜 깬 눈으로 커피 한 잔을 들고 발코니 문을 열었다. 서늘한 공기가 먼저 얼굴을 스쳤다. 긴 의자에 앉아 고개를 들자 금오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오늘 금오산은 유난히 가까워 보였다. 산 능선의 굴곡이 또렷하게 보일 만큼 하늘은 맑았고, 초록빛은 더욱 짙었다. 볼을 스치는 바람까지 시원해 마치 산속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이 집으로 이사 오게 된 이유 중 하나도 금오산 때문이었다. 남향의 고층이라 햇볕이 잘 드는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앞을 가리는 건물 없이 산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이사 온 첫날, 짐을 풀기 전에 가장 먼저 발코니로 나갔다. 그리고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을 다시 만난 것처럼 금오산과 반가운 눈인사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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