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이를 켰어야지...

내 속도를 지키는 방법

by설애

아파트 단지 안에서 주차장에 진입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돌아야 하는데, 마주 오던 차가 오른쪽으로 가더니 길을 막고 서 있었다. 진입로가 막혔으니, 그 차가 비켜주기를 기다리며 같이 서 있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은 채 시간이 흘렀다. 속으로 왜 입구를 막고 있는 거냐며 투덜대고 있었다.


잠깐의 대치 속에서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오른쪽 방향 지시등을 켰다. 그제야 그 차가 진입로에서 나와 아파트 입구 쪽으로 이동했다. 그 차는 내가 앞으로 지나갈 수 있도록 비켜준 것이고, 나는 진입로가 막혔으니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크고 작은 대치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운전을 할 때, 걸어갈 때, 일을 할 때도 그렇다. 아파트 주차장 쪽으로 비켜준 차처럼 그것은 배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배려임을 알지 못하고 통행 방해라고 생각했다. 그 차도 내가 왜 지나가지 않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오해 속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 좁은 길을 가다가 마주 오는 사람과 마주칠 위기에 처했다. 순간적으로 나는 방향을 망설이며 휘청거리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작은 소리로 '오른쪽'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 사람도 오른쪽으로 비켜서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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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 읽는 시인입니다. 작지만 망설임 없는 한 걸음 내딛듯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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