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시간을 뺏는 일

미안하다고 하는 말은 지는 것이 아니다.

by설애

어느 금요일 9시, 미팅을 위해 팀원이 모였다. 그날 발표를 해야 하는 단 한 사람만 빼고. 9시까지 출근하지 않았다. 결국 9시 20분쯤 와서 미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내가 이 일을 기억하는 것은 그의 태도 때문이다. 그냥 미팅을 시작했다. 기다린 팀원들에게 미안하다고 하지 않고.


늦을 수 있다. 살다 보면 몸이 좋지 않거나, 늦잠을 자거나, 집 안에 대소사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늦었다면 기다린 사람들의 시간을 뺐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시간을 빼앗을 일에 미안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미안함을 전혀 표시하지 않고 능글능글 웃으며 늦어진 미팅을 시작했다. 미안함을 모르는 것인지, 말을 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는 그후 자녀들에게도 먼저 미안하다고 하지 말라고 교육한다고 했다. 그 말에 그의 태도가 의도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안하다고 하면 지는 걸까. 혹은 잘못을 인정함으로 손해를 보는 걸까.


늦는 것은 타인의 시간을 뺏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10명이 기다리는데 1분이 늦으면 10분 늦은 거고, 100명이 기다리는데 1분이 늦으면 100분 늦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는 20 명을 20분을 기다리게 했으니 400분 늦은 것이다. 내 시간 개념은 그렇다. 그래서 높은 지위의 사람에게는 시간을 관리해 주는 비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의에서 강사는 그 강의에 참석한 인원과 강의 시간만큼의 몫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0명이 참석하는 120분 강연이라면 24000분의 가치가 있어야 하는 거라고.


타인의 400분을 뺏고도 아무 말이 없는 그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게다가 자녀들에게도 미안하다고 먼저 말하지 말라고 가르친다니. 나로서는 어떻게 해야 그런 결론에 이르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시간을 뺏는 것은 내 주관적인 계산일 뿐이니, 단지, 20분 늦은 것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미팅에 늦은 그의 사유는 늦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뭐, 이유도 중요하지 않다. 살다 보면 가끔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 있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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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 읽는 시인입니다. 작지만 망설임 없는 한 걸음 내딛듯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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