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진 후에도 살아있다

꽃이 졌다고 해서 시드는 나무는 없다.

by설애

3월 초, 딸이 친구들과 서울나들이를 다녀오며, 강남터미널 지하에서 장미꽃다발을 사 왔다. 장미꽃이 집 안 공기를 봄으로 바꾸는 듯했다. 꽃집에서 포장하며 싱싱해서 오래갈 거라고 했다더니 2주가 넘도록 꽃이 피어 있었다. 분홍빛이 도는 상아색 꽃잎은 수줍은 신부처럼 아름다웠다.

꽃은 한 번에 지지 않고, 하나씩 서서히 졌다. 때가 끼어 까매진 손끝처럼 끝에서부터 검게 변한 꽃잎들을 하나씩 떼어내며, 순결을 유지시켜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줄기에서 잎이 돋아났다. 돋아나는 잎이 있으니, 꽃이 사라진 후에도 물병에 물을 갈아주며, 잎을 키우고 있다.

아름다운 것은 꽃이다. 딸이 사 온 것은 장미꽃이지 장미 잎은 아니었다. 돋아나는 잎을 차마 버릴 수 없어 키우면서도, 내가 이 잎들은 왜 키우고 있나 하는 마음이 가시처럼 돋기도 했다. 계속 물을 바꿔주다 보니 잎이 풍성해진다. 점점 더 차마 버릴 수 없는 마음이 커진다. 뿌리는 없지만 새싹을 키워내고 있는 줄기. 잎을 기다리는 사람은 없지만, 스스로 잎을 키워내며 물을 끌어올리는 줄기. 물에 계속 두다 보면 뿌리가 날지도 모른다. 언젠가 꽃을 피울지도 모른다.


그렇게 잎을 키우던 중, 바깥에도 봄이 왔다. 벚꽃이 핀 아파트 산바카라로를 딸과 걷다가, 딸이 목련이 피었다며 소리를 지르더니 신이 났다. 나는 웃으며 벚꽃보다 목련이 먼저 피는 거라고 알려주었다. 딸이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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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 읽는 시인입니다. 작지만 망설임 없는 한 걸음 내딛듯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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