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친구였는데
대학교 2학년 때, 고등학교 동창에게서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졸업하고 연락이 뜸해진 친구였는데, 고등학교 때는 친했던 친구였다. 잠실역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정하고 만나는 날을 기다렸다. 그 친구는 나를 '공주'라고 불렀고, 스스로를 '개구리'라고 칭했다. 나는 언젠가 그 친구를 왕자로 변신시킬 예정이었다. 아, 그 친구는 왕자님이 아니라 공주님이지만.
잠실역에서 오랜만에 그 친구 M을 만났을 때, 많이 반가웠다. 친구는 나를 이끌고 가야 할 곳이 있다며 웃으며 그 근처 어딘가로 갔다. M이 나를 이끈 곳은 물건도 많고 사람도 많고 말도 많은 곳이었다. 그리고 각종 상품에 대한 용도와 장점들, 그리고 그것을 팔아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들, 또한 그 제품을 팔 누군가를 내가 데려왔을 때 더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들었다. 나처럼 누군가에게 이끌려 온 사람들은 표정이 굳은 채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그곳은 다단계였다. 설명이 끝나고 친구와 나는 밖으로 나왔다. 나는 표정뿐 아니라 마음도 굳어서 그 친구가 진짜 개구리인 것처럼 징그러워하며 헤어졌다.
돌아선 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동창들에게 연락을 해서 혹시 M의 소식을 들은 적이 있냐고 물어보었다. 그 질문에 친구 하나가, 집 안 형편이 어려운 M이 언니와 함께 다단계를 한 것이 1년쯤 되어간다고 했다. 하지만 다단계를 하면서 더 사정은 나빠지고, 친구들도 M의 연락은 피하고 있다고 했다. 사정을 듣자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다단계에 빠진 친구와 가깝게 지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몇 달 후, M은 포기하지 않고 내게 전화를 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M은 또 나에게 다단계 가입을 권유했다. M의 목소리는 절박하고 또 비굴했다.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때 나는 매서운 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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