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지도 이야기(1)

- 새로운 문명모델로의 대전환

by소걸음

성신여대 명예교수 최민자 교수님과 어느덧 20년입니다. 첫 단행본 [동학사상과 신문명]이 출간된 것이 20년 전 2005년입니다. 그동안 한결같이 '생명'과 '신문명'을 이야기해 온 최민자 교수님의 역저들을 모아 놓고 보니, 이 긴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그러나 지내고 보니 하루아침 같기만 합니다.


최민자 교수 저작선

모시는사람들의 최민자 교수님 저작선 sincd 2005-


최신작, [생명의 지도 - 새로운 문명 모델로의 대전환]은 그동안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대작입니다. 아래 글은 [생명의 지도]의 서문이면서, 저자 스스로가 그 여정을 정리한 글입니다.



들어가는 말


‘생명’, 그 거대한 신비를 향한 학문적 여정


나는 사랑의 신화를 읽곤 했다.

이제 나는 신화 속 연인이 되었다.

I used to read the myths of love.

Now I have become the mythical lover.

- Rumi, 13th century Persian mystic thinker and poet



우리는 흔히 이렇게 묻곤 한다. ‘우리 몸속 어디에 생명이 있는가’라고. 이러한 물음은 마치 ‘꽃 속 어디에 향기가 있는가’라고 묻는 것과도 같다.


생명은 우리 몸속 전체에 향기처럼 퍼져 있으므로 위치라는 것이 없다. 심장·간·폐·비장·신장의 오장(五臟)과 위(胃)·소장·대장·담낭·방광·삼초(三焦)의 육부(六腑)에도 있고, 60조 개의 세포와 혈관, 피부와 뼛속에도 있고, 손발톱과 머리카락과 구규(九竅: 몸에 있는 아홉 구멍)에도 있고…….


생명은 흙 속에도 있고, 물속에도 있고, 불 속에도 있고, 바람 속에도 있다. 무지개 속에도 있고, 안개 속에도 있고, 모래알 속에도 있고, 광물 속에도 있다. 생명은 천둥번개 속에도 있고, 새소리 속에도 있고, 웃음소리 속에도 있고, 비탄과 갈망 속에도 있다. 유리잔 속에도 있고, 스마트폰 속에도 있고, 음식물 속에도 있고, 배설물 속에도 있다.


우주의 본질은 생명이며 온 우주가 생명의 전일적 흐름 속에 푹 담겨 있다. 우리는 이미 완전히 연결되어 있으며 분리성은 상대성과 물질성이라는 관점 속으로 들어온 이후에 생겨난 것이다. 생명은 ‘불가분의 전체성(undivided wholeness)’인 까닭에 죽을 수도 없고 죽일 수도 없다.


무수한 파도가 그 모양과 형태는 달라도 하나인 바닷물 그 자체이듯이, 우주만물 또한 그 모양과 형태는 달라도 유일 실재인 생명 그 자체다. 무수한 파도가 바닷물로 돌아가듯이, 우주만물 또한 그 근원인 생명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과정이 끝없이 순환 반복되는 것, 이를 일컬어 생명의 순환이라고 한다.


생명은 알파와 오메가이며 영원한 현재다. 생명은 존재와 비존재, 물성(物性)과 영성(靈性) 그 어느 것에도 구애됨이 없이 생성·유지·파괴의 전 과정을 주재한다. 천지가 창조되기 전에도, 우주만물이 생겨나기 전에도 생명은 있었다! 생명이 에너지의 바다[氣海, 파동의 대양]라면, 천지만물은 그 바다에서 생멸(生滅)하는 파도다.

무수한 파도를 관통하는 바닷물이 하나이듯이, 우주만물을 관통하는 생명 역시 하나다. 『장자(莊子)』 「지북유(知北遊)」에서는 이 하나인 생명을 일컬어 ‘천하를 관통하는 일기(一氣)’*라고 했다. 분리할 수 없는 이 하나의 기운(一氣)이 곧 우주 생명력 에너지[우주의 창조적 에너지]이다.

* 『莊子』, 「知北游」: “生也死之徒 死也生之始 孰知其紀 人之生 氣之聚也 聚則爲死 若死生爲徒 吾又何患 故萬物一也…故曰通天下一氣耳 聖人故貴一.” 생(生)과 사(死)가 동반자이며 만물이 ‘하나’이고, 하나의 기운(一氣)이 천하를 관통하고 있기에 성인은 이 ‘하나[一氣, 즉 생명]’를 귀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삼라만상이 무수한 것 같지만 기실은 하나의 천지기운이다. 이 우주가 거시 은하계로부터 미시 원자 세계에 이르기까지 자기유사성[자기반복성]의 패턴, 이른바 프랙털(fractal)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상호융합의 구조로 상호연관·상호의존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를 반증한다.


현대물리학에서는 우주의 실체가 육체와 같은 물질적 외피가 아니라 의식[에너지, 파동]이며 모든 물질은 단 하나의 에너지장(場)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장자(莊子, 이름은 周)가 ‘하나의 기운(一氣)이 천하를 관통한다’고 한 것은 바로 이 하나인 에너지장[氣海, 파동의 대양]을 두고 한 말이다. 생명계는 이른바 ‘부메랑 효과(boomerang effect)’로 설명되는 에너지 시스템이다.


생명이 ‘언제 어디에나’ 실재하는 것은 만물이 만물일 수 있게 하는 제1원인[神·天·靈]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단순한 육체적 자아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일인지도 모른다. 인간이란 지구에 살고 있는 의식(意識, consciousness)이다.


생명은 우주 지성[性, 神]인 동시에 우주 생명력 에너지[命, 氣]이며 우주의 근본 질료[精]다. 역사의 전 과정을 주재하는 것은 생명이다. 인간과 역사 그리고 문명에 대한 미래 비전을 갖기 위해서는 생명이라는 ‘진리의 광맥’에 이르는 길을 정밀하게 제시하는 지도가 필요하다. 필자가 ‘생명의 지도’를 작성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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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모시는사람들 대표, (계간)다시개벽 발행인, 지구인문학연구소 대표, 사)방정환연구소 이사, 방정환도서관장, 개벽라키비움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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