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환 수필1.
[출전: 方小波, 『별건곤』 1929년 1월호]
유익한 말을 재미있게 쓰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더욱 요사이같이 바빠서는 재미 없게나마라도 차서(次序, 차례) 있게 쓰기가 어렵습니다. 되도록 재미있게 쓰도록 애써 보겠으나 얼마나 재미있게 될는지…. 차례를 못 차리고 한 달에 한 가지씩 순서 없이 쓰게 될 것을 미리 짐작하시고 읽어 주십시오.(필자 주)
언어도 서로 모르고 흉내도 서로 짐작 못 하는 사람끼리 한집에서 같이 살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어린 사람을 양육한다 하고 어린 사람과 함께 살면서 어린 사람의 말을 못 알아듣는 어머니가 있다면 그 꼴이 어찌 되겠습니까.
그런데 조선의 어머니들 중에는 어린 사람의 말을 분간해 들을 줄 아는 이가 열 분에 한 분쯤 있기도 퍽 드문 것 같습니다.
온종일 운동하기에 몸이 피곤하고 배가 고픈 학생이 저녁밥을 맛있게 따뜻하게 배불리 먹고 나면, 만족한 기 쁨에 혼자서 창가(唱歌, 근대 시기의 서양식 곡조 노래)를 하든지 휘파람을 불든지 가만히 못 있고 이웃집 동무를 찾아가서 지껄거리기라도 하여야 견딥니다.
온종일 추워서 떨고 배가 고파서 어려워하던 늙은이가 저녁 밥에 따뜻한 반주라도 겸하여 잘 잡수었으면 이것이 극락세계로구나 하고 만족한 기쁨에, 풍치 있는 사람이면 시조를 하나 읊든지 그것도 못 하면 집안 식구라도 데리고 이런 말 저런 말을 많이 하고야 견딥니다.
어머니가 바빠서 젖도 변변히 못 얻어먹고 배가 고팠던 갓난아기가 퉁퉁하게 부른 젖 한 통을 배불리 먹어서 마음이 만족한 때에 어쩔 것 같습니까. 창가나 시조를 하자니 배운 일이 없고, 누구하고 이야기나 하여야 견디겠어서
"거기 누구 아무도 없느냐." "이리 와서 나하고 이야기나 하자."
하고 부르는 꼴이 말을 하지 못하니까 "응아, 응아." 합니다.
그 말을 못 알아듣고 부엌 속에서 찌개 끓이던 어머니 "아이고, 저 애가 또 왜 울어. 금방 젖 한 통을 다 먹고 또 먹자고 저러지." 바쁜 틈을 간신히 타 가지고 쫓아 들어가서 젖꼭지를 물립니다. 배가 불러서, 마음이 기껍다(마음속으로 은건히 기쁘다)는 소리를 배가 고프다는 말로만 알고 젖을 또 먹이니 먹을 리가 있습니까. 젖꼭지를 씹어 뱉기만 하고 같이 놀자 합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