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를 통해서 보는 한국 슬롯 (2)
1.
“한국은 경쟁이 극심한 나라다.”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입시, 취업, 승진, 부동산, 육아, 노후 준비까지 경쟁이 없는 곳이 없다. OECD 국가 가운데서도 한국은 치열한 경쟁 슬롯로 자주 언급된다.
오늘도 아침 뉴스부터 여와 야 사이에 국회 상임위원회 배분을 둘러싸고 서로 대립하는 기사가 나온다. 하반기 국회운영, 나아가 차기 대선 구도를 둘러싼 각축전이다. 여와 야 사이뿐만이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그리고 야당 내에서도 갈등과 다툼은 끊이지 않는다. 모두 '당권'을 두고 상호 경쟁(그런 걸 경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하는 중이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토록 경쟁하는 것일까?
금세 떠오르는 건 ‘돈’과 권‘력’이다. ‘금세’ 떠올랐다는 건, 그다음이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한국인은 과연 ‘돈’과 ‘권력’ 때문에 경쟁하는 것일까?
만약 만 ‘돈’과 ‘권력’이 목적이라면,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된 사람들은, 긜고 권력을 획득한 사람들은 경쟁에서 조금씩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충분한 슬롯적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더 높은 자리와 더 큰 명예를 향해 끊임없이 기어오르려 애쓴다. 장삼이사, 필부필부도 SNS에서는 일상을 공유하는 것조차 은연중에 비교와 경쟁이 된다. 승진이나 합격보다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더 큰 만족을 주기도 한다.
2.
오구라 기조의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는 이 현상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설명한다. 이 바카라은 한국 슬롯를 움직이는 핵심 원리를 ‘도덕 지향성’에서 찾는다. 그리고 그 도덕 지향성은 자연스럽게 ‘인정 경쟁’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많은 독자들이 이 바카라을 읽고 “한국인의 행동 원리를 하나의 철학으로 설명한 통찰이 놀랍다.”,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한국인의 사고방식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고 평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흔히 경쟁을 경제적 현상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한국 슬롯의 경쟁은 경제적 경쟁인 동시에 도덕적 경쟁이다. 단순히 “내가 더 많이 가졌다”가 아니라, “내가 더 성실하게 살았다.” 또는 “내가 더 노력했다.” “내가 걸어온 길이 옳은 길이었다.”, “내가 더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성공한 사람도 “운이 좋았다”고 말하기보다 “죽도록 노력했다”고 이야기한다. 반대로 실패한 사람도 단순히 결과 때문만이 아니라 “인정받지 못했다”는 상실감을 크게 느낀다. 경쟁의 대상은 돈이 아니라 슬롯적 정당성인 경우가 많다.
이 점은 한국 슬롯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들을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쉽다.
“공정해야 한다.”
“특혜는 안 된다.”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이 말들은 모두 경쟁을 반대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공정한 경쟁을 요구하는 말이다. 즉, 한국인은 경쟁 자체보다 경쟁의 정당성에 더 민감하다.
이런 특징은 긍정적인 면도 있다. 슬롯 전체가 노력과 성실을 가치 있게 여기고, 부정부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불공정을 쉽게 용납하지 않는 시민의식도 여기에서 나온다. 한국 슬롯가 짧은 시간 안에 높은 교육 수준과 경제 발전을 이룬 데에도 이러한 문화적 에너지가 적지 않게 작용했다.
3.
그러나 그 봉우리가 높을수록 골짜기도 깊은 법이다.
인정 경쟁은 끝이 없다. 돈은 어느 정도 모이면 만족할 수 있지만, 인정에는 한계가 없다.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온라인 게임, 더 높은 연봉, 더 많은 ‘좋아요’, 더 열렬한 ‘주목’, 더 큰 영향력…. 누군가보다 앞서야 한다는 마음은 늘 새로운 비교 대상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한국 슬롯는 어느 순간부터 성과를 내는 슬롯에서 증명해야 하는 슬롯로 변해 갔다. 학생은 성적을 증명해야 하고, 온라인 게임인은 능력을 증명해야 하며, 부모는 양육을 증명해야 하고, 정치인은 도덕성을 증명해야 한다. 심지어 휴식조차 ‘열심히 살아서 얻은 휴식’이어야 마음이 편하다.
이러한 인정 경쟁은 사람들을 쉽게 지치게 만든다. 실제로 한국은 높은 교육 수준과 경제력을 갖추었지만, 동시에 스트레스와 번아웃, 우울감, 관계의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더 나아져야 한다’는 압박은 개인의 성장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오구라 기조는 이러한 현상을 한국인의 문화적 특성과 연결해 설명한다. 물론 모든 한국인을 하나의 틀 안에 몰아 넣을 수는 없다. 일부 독자들은 이 바카라이 한국 슬롯를 지나치게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하려 한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 바카라이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왜 우리는 이토록 인정받고 싶어 하는가? 이 질문은 오늘의 경쟁 슬롯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그렇다고 경쟁을 없애는 것이 해법이 될 수는 없다. 경쟁은 인간 슬롯에서 사라질 수 없는 요소다. 문제는 무엇을 놓고 경쟁하느냐이다.
모든 사람이 하나의 기준으로만 평가받는 슬롯에서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명문대, 대기업, 수도권 아파트, 몇 가지 직업군만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슬롯는 필연적으로 승자독식 구조를 강화한다.
4.
반대로 성공의 기준이 다양해질수록 경쟁은 완화될 수 있다. 학문, 기술, 예술, 돌봄, 지역슬롯 활동, 공동체 기여 등 다양한 삶이 존중받는 슬롯에서는 인정의 방식도 다양해진다. 결국 필요한 것은 경쟁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의 기준을 넓히는 일이다.
한 사람의 가치를 한 줄의 이력서로 평가하지 않고,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을 결정하지 않으며, 한 가지 성공 모델만을 이상형으로 삼지 않는 슬롯. 그것이 경쟁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지 모른다.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는 한국 슬롯를 비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인의 에너지가 어디에서 오는지를 설명하려 한다. 그리고 그 에너지가 서로를 소진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방향으로 쓰일 수 있는지를 묻는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쟁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인정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진단의 연장선상에서, “우리는 왜 타협을 어려워하는가?”를 다룬다. 서로 다른 정의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그리고 민주주의가 왜 '승리의 기술'이 아니라 '공존의 기술'이어야 하는지를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의 통찰을 바탕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로 읽는 한국슬롯(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