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을 돌리다, 차례, 전환.
거울의 전면이 가리키는 방향을 나는 오랫동안 나의 유일한 입구라 믿었다. 각도기도 침묵하는 사각의 상자 안, 천장의 격자 조명이 무한의 수직선으로 내려앉을 때 내 등 뒤에 서 있던 수천의 나 역시 같은 속도, 같은 궤적으로 나를 향해 돌아앉았다.
수치화된 일상은 차가운 대칭의 사슬, 내가 오른쪽 눈꺼풀을 떨면 심연의 가장 깊은 곳, 밀리미터 단위로 마모된 나마저 동시에 유리를 뚫고 떨림을 복제했다. 그것은 오류가 없는 세계의 편안함이자 숨을 옥죄어 오는 사형대의 질서였다. 조용히 똑같은 모습을 하고 기대어 있는 또 다른 나를 바라본다. 그 녀석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차갑게 바라보지만, 그 녀석도 똑같이 나를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차갑게 바라본다.
이 질서에 갇혀 살아야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세상은 가르쳤다.
죽을만큼 하기 싫은 일도, 슬슬 질려가는 사람들 사이를 방황하며, 홀로 고민하는 밤을 보내야만 하는 대본대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싫었다.
상자의 축이 위아래로 한 번 크게 진동했을 때, 세계의 정교한 톱니가 미세하게 미끄러졌다.
나는 돌아서지 않았다. 나의 어깨도, 목덜미의 힘줄도 여전히 정면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방으로 연쇄하던 거울의 기하학 속에서 다섯 번째, 혹은 여섯 번째의 내가 나보다 먼저, 내 시선이 다다르기도 전에 고개를 돌렸다 (Turn).
차갑게 나를 건너다보는 그 낯선 각도. 완벽한 대칭의 사슬이 끊어지고 반사의 법칙이 찢겨 나간 그 짧은 파동 속에 질서가 미처 포획하지 못한 생(生)의 유예가 고였다.
그것은 회전이 아니었다. 우주의 알고리즘이 조용히 눈을 감아준 찰나의 엇박자, 내가 나를 베껴 쓰기를 거부한 최초의 이탈이었다. 복제되는 삶의 사슬을 깨뜨리는 것은 거대한 폭발이 아니라 가장 밀폐된 틈새에서 일어나는 단 한 번의 머뭇거림이며, 닫혔던 금속 문이 열리고 거울은 다시 순종적인 대칭의 표면으로 돌아왔지만, 내 목덜미에는 여전히 나보다 먼저 돌아서서 나를 바라보던 그 서늘한 찰나의 시선이 새 문장처럼 무겁게 찍혀 있을 뿐이다.
돌아선 것들의 방향.
세상은 한 번도 제자리였던 적이 없다.
죽은 별의 빛이 아직 밤하늘에 도착하고, 바다 밑에 가라앉은 배가 물결의 기억 속에서 흔들리는 동안, 우리는 움직이지 않는 것들의 이름을 붙들고 그것을 삶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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