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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바라보다

순수 동화

by구시안
아이들을 보다 구시안.jpg


저렇게 작을 수도 있을까를 생각한다.

작고

앙증맞고

손이 작고 희어서 아직은 엄마의 손에 이끌릴 만한 수준이다.


나는 솔직히, 아이를 싫어한다.

요식업일을 하면서 유모차만 등장해도 소름이 돋기도 한다.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지만, 나 역 시 저런 작고 흰 아이였을때가 있었겠지만, 싫다.


하지만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은 좋다.

옥타브를 높여 우는 아이는 어쩔 수 없이 멀리 하나,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작은 인형같은 아이를 바라보게 될 때면 마음이 순수해지기도 한다. 이미 때가 묻을 때로 묻어 있지만, 아이가 부러워 선글라스 너머로 물끄러미 바라보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저 아이들도 저마다 이야기를 새겨가며 지금 내가 그런 것처럼, 그렇게 어느 날엔가 문득, 어린 시절을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딱 저렇게 새초롬하게 아장거리는 아이를 볼때면 마음이 이상하게 동화속 나라를 가기도 한다.


따뜻한 커피 한 잔에 기대어 쉬어가는 카페에서 아이들을 바라본다.

문득 마음 한구석이 몽글몽글 따뜻해졌다. 아이라는 단어 자체가 신기한 힘을 갖고 있다. 세상의 그 어떤 근심도 잊은 채 놀이에 열중한 아이들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잔잔한 미소가 지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왜일까.

아이는 왜 그런 힘을 갖고 있는 것일까.


저렇게 작은 콧구멍으로 얼마나 숨쉬기가 힘들까를 생각하다가도 뛰어다니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문득, 나에게도 나의 유전자를 받은 아이가 있었다면 생각해보지만, 커피잔을 가만히 내려 놓게 된다.


카페 유리창으로 스며드는 햇살 아래 흩어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아주 얇고 투명한 유리알 같아서,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깨어져 버릴 것만 같다. 그 작고 단단한 숨소리를 듣고 있으면 인간이란 얼마나 무력하게 태어나, 또한 얼마나 간절하게 스스로의 생을 견뎌내는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저토록 순수하고 연약한 빛으로부터 걸어나와 각자의 어둠을 건너왔을 것이다.


그것을 나이라고 세월이라고 말할 것이다.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를 바라보다 문득 생각한다. 이 작고 가녀린 몸통 속에 앞으로 지나쳐갈 수많은 계절과, 감당해야 할 세상의 무게가 들어있다는 것을. 내가 지나온 과거의 상처가 이 아이들의 미래에는 닿지 않기를. 아무런 무기도 갖지 않은 채 세상에 던져진 저 작은 생명들이, 다만 온전한 인간으로서 그 저녁을 맞아들일 수 있기를 가만히 남의 아이지만 그렇게 살게 되길 기도해본다.


저 작고 정교한 생명들을 가만히 지켜보는 일은, 내가 까마득히 잊고 지냈던 어떤 첫 마음을 떠올리는 일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세상을 향해 뻗어 나가던 손가락, 자그마한 조약돌 하나에서도 우주의 비밀을 읽어내던 그 무구한 눈동자들. 아이들은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 세계는 충분히 다정할 수 있다고.


그 무방비한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문득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며 작고 아득한 통증이 밀려온다. 인간이란 얼마나 연약한 존재로 태어나, 저토록 무력하고 투명한 시간을 거쳐 각자의 어둠으로 걸어가는가. 저 아이들이 건너가야 할 미래에는 얼마나 많은 겨울과 손짓 없는 밤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무기도 armor도 없이 세상이라는 거친 바다로 던져질 저 조그만 어깨들을 생각하면,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자연스레 하나의 묵직한 기도가 된다.


누군가 카페의 문을 여니, 바람이 불어와 아이들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 넘긴다. 아이 하나가 넘어져 무릎을 털고 일어나며 다시 웃는다. 그 순간 깨닫는다. 우리가 아이들을 지키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저 순결한 생명의 빛이 지친 우리들의 삶을 조용히 건져 올리고 있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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