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문턱에서 껍질을 벗다
오랜 세월 뼈마디를 조여오던 비늘의 갑옷을 밀어 올리는 날, 지느러미 안쪽의 눅눅한 기억들이 서서히 굳어진 아픔의 결을 따라 찢어진다. 이것은 패배의 기록이 아니며 낡은 방을 등지는 가벼운 출남(出南)도 아니다. 살아있음이라는 치열한 질병 속에서 제 몸을 두 번 살기 위해 치르는 거룩한 투신.
빛을 등지고 기어든 바위 틈새에서 나는 한 겹의 나를 바깥으로 밀어낸다. 그것은 한때 나의 전부였던 가장 뜨겁고 단단했던 껍질, 이제는 누군가의 밟힌 발자국처럼 바닥에 허망하게 엎드려 바스라지는 지나간 계절의 유골.
벗어버린 자리에 돋아나는 새 살은 아직 세상의 바람에 면역이 없어 바다의 미세한 물결에도 붉게 전율하지만, 보라, 거추장스러운 과거를 묵은 껍질처럼 벗어던진 이 투명하고 서늘한 눈동자가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새로운 빛을 향해 조용히 숨을 고르기 시작하는 것을.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아름다울 뿐이다.
삶의 비탈에서 껴안았던 수많은 집착과 차마 버리지 못해 썩어가던 명분들을 뒤로하고 맨몸으로 찬란해지는 이 순간을 경험하면서도, 새로운 허물들은 또 다시 껍질이 되어 입혀지고 그것을 벗어내려 애쓰는 하루를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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