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알아야 했다
나는 너무 늦게 내 몸을 알았다.
마음은 오래전부터 안다고 생각했다.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견딜 수 있는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끊임없이 생각했다.
꿈의 크기를 재고, 욕망의 방향을 살피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계산했다.
그런데 정작 매일 나를 데리고 살아온 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어느 날 문득 찾아오기 시작한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피곤하면 조금 더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고, 아프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잠이 부족한 날에도 하루를 밀어붙였고, 쉬어야 할 때조차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몸을 몰아세웠다.
나는 몸을 나를 실어 나르는 도구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 큰 꼴을 당하고 나서야 알았다. 정신만큼 몸이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지를 말이다.
몸은 도구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스스로 돌봐야 할 가장 세상에서 중요한 것.
생각보다 먼저 늙고,
의지보다 먼저 지치며,
말보다 먼저 진실을 말하는 것이 몸이었다.
마음은 얼마든지 거짓말을 할 수 있다. 괜찮다고. 할 수 있다고. 아직 늦지 않았다고.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하지만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숨이 가빠지고, 근육은 빠지고, 어깨가 굳고, 무릎이 무거워지고, 잠이 깨지고, 어느 날 거울 속에서 낯선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망가진 몸을 채워야 했다.
머릿속만 채우는 것이 화근이었을지도 모른다. 주기적인 운동을 시작했다. 물을 좋아하니 새벽 6시 할머니 들고 함께 수영을 했고, 저녁이면 근력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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