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오는 기분

삶의 애착

by햇살나무 여운



집에 가까워지니

묘하게 찾아오는 안도감이

반갑기까지 하다

분명 여행 참 좋았는데


빚쟁이처럼 따박따박

제 할 일 여기 그대로

한 치도 줄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고

그게 숨 막히는 줄 알았는데


어지럽게 엉망인 듯 보이는 일상 속에

나만의 리듬과 질서가 배어 있었다고

오래 입어 소매와 목이 늘어나고 좀 해지긴 했어도

살갗인 듯 내 몸에 꼭 맞아 편안한 기분


내내 나도 모르게 꼭 쥐고 들고 있던

그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곳, 집으로


그 집으로부터

한 번쯤은 멀리 떠나서 바라봐야

제대로 바로 보이는 것이 있다

돌아오는 이 기분이

지금의 내 삶을 말해준다


소란하고 분주한 일상이

생의 감각을 일깨워준다는 걸

다시 옷깃을 바로 세우고

고삐를 단단히 조인다


삶에 대한, 이 애착이 왠지 싫지 않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3화고요에서 고요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