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대문 앞 작고 까아만 그림자가
배를 깔고 누웠다
꼼지락꼼지락
그림자가 앙증맞게 깜지락거린다
잠시 한눈을 팔다 문득 궁금해 돌아보니
마당 한가운데
깜지락 그림자에 쫑긋
까맣게 두 귀가 솟았다
잠시 한눈을 팔다 또 어느새
툇마루 아래
까맣고 쫑긋한 그림자
두 개의 구슬이 반짝인다
잠시 한눈을 팔다 이제는 서로 익숙한 듯
툇마루 위로 폴짝
구슬이 반짝이던 까아만 그림자
꼬리를 살랑거리며 사뿐사뿐 다가온다
잠시 한눈을 파는 척 내게 오려나 기대했는데
꼬리를 휘감고 툇마루에 웅크리고 앉은 채
사뿐사뿐 까아만 그림자
반짝이는 두 구슬이 먼 바다를 응시한다
한눈팔 새 없이 홀린 듯 얼어붙은 나는
한참을 고요히 머무르는 그림자 곁에
함께 까맣게 그림자를 포갠다
두 구슬 반짝이는 까아만 그림자는
내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내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무심히 그대로 까맣게
밤바다가 된다
나는 함께 바다가 되는 법은 잊은 지 오래
그저 한참을 그대로 앉아
잃어버린 까아만 그림자를
바라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