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부터 손질하는 글쓰기
지난 연재에서 나는 문체는 배경지식 위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경지식도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보고, 읽고, 찾고, 연결하는 시간을 견딘 사람에게 조금씩 쌓이는 것이다.
글을 쓴다면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머릿속에 분명 장면 하나가 떠올랐고, 호기롭게 몇 문장을 쓰고 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 말이다. 그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그것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떠오른 장면을 얼른 써 버리고 싶은 마음을 참고, 그 장면을 떠받칠 자료부터 찾아 나선다. 한 장면의 개연성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바카라을 찾아 자료를 읽고 , 사진을 모으고, 다시 관련 기록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결국, 자료를 찾는 시간은 글을 미루는 시간이 아니라 생각을 키우는 시간이었다.
나는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소설을 공부했다. 20대와 30대 썼던 소설을 아직 갖고 있다. 당시에는 제법 잘 썼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다시 읽으면 그 나이에 딱 아는 만큼만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때는 뭔가 쌓아 올린 시간보다 눈에 띄는 재능을 예술에 전부처럼 여겼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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