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이 흘러 강을 만나듯 문장은 모여 문단을 만든다.
문단은 단순히 줄을 바꾼 자리가 아니다. 하나의 생각이 끝나고 또 다른 생각이 시작되는 작은 강줄기다. 문단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비로소 이야기는 흘러갔다. 그러지 못했을 때 읽는 이도 길을 잃었다.
그 무렵 나는 단편소설 한 편을 거의 완성해 가고 있었다. 초고는 80매 정도였고, 십여 개가 넘는 큰 문단으로 이야기가 나뉘어 있었다. 이제 남은 일은 문장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다듬는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소설 속 문단은 모두 내 머릿속에서 나온 문장의 집합이지만, 유난히 마음이 가는 문단이 생기기도 한다. 글을 쓰다 보면 누구에게나 이런 일이 생긴다. 유독 잘 쓴 것 같은 문장, 차마 버리지 못하는 장면, 애착이 가는 비유 하나가 있다. 문제는 그런 문장이 언제나 글 전체에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 당시, 내가 사랑한 문단은 물 위의 기름처럼 이야기 속에 섞이지 못했다. 그 문단 때문에 앞뒤 흐름이 어긋났다. 그런데도 나는 그 문단 하나 때문에 다음 이야기를 더 쓰지 못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감정은 판단을 쉽게 흐린다. 글도 사람 관계와 비슷하다. 가까울수록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워진다는 점이 그렇다.
한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나는 결국 마지막 방법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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