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이 되는 과정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본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도 봤다. 보는 행위는 단순한 시각의 작용만이 아니다. 우리가 본 것을 기억해 재해석하고 믿을 때, 그것은 비로소 자기 것이 됐다. 본다는 것은 곧 믿는 행위이며, 믿음에는 자기 의지가 깃든다. 결국 스스로 굳건하지 못한 것은 쉽게 부서져 사라졌다.
인간관계도 그렇지 않은가.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보며 가까워진 관계에 남은 것은 곧 헤어질 일뿐이다. 타인의 말에 휩쓸려 내가 본 것도 믿지 못하면 고락을 함께 한 인연도 얽힌 고리를 이빨로 끊듯 상처를 내며 헤어지는 게 사람의 일이었다.
이때, 자기 의지가 깃든 문장을 바로 자신의 문체라고 하겠다. 문체란 결국, 끝까지 자기 눈으로 본 것을 믿으려는 의지가 문장에 남긴 흔적이다.
오늘의 연재는 다음 회에 말할 나만의 문체 만들기로 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 해도 좋겠다.
어느 해 봄날이었다. 볕은 따뜻했고, 동네마다 꽃잔치가 한창이었다. 우린 그날 글쓰기 대신 그림 도구를 챙겨 야외수업을 나갔다. 놀이터 정자에는 마침 둘러앉을 테이블이 있었고, 꽃나무 아래에서 뛰어다니던 아이들 얼굴엔 발그레한 생기가 돌았다.
잠시 후 아이들은 각자 마음에 든 풍경을 찾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호경이는 쉽게 펜을 들지 못하고 시무룩해 있었다.
“호경아, 어떤 거 그려?”
“이 꽃나무요.”
“근데 왜 잘 안 돼?”
호경이는 망설이다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요… 꽃나무 사진 검색해서 핸드폰으로 보면서 그리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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