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마음과 작가의 시선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면 대부분 자신의 상처부터 꺼내 놓게 된다. 앞선 연재에서도 나는 그 이야기를 반드시 한 번은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비로소 그다음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할 수 있던 것은 나 역시 오랫동안 같은 상처를 반복해 썼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 시간을 짧게 지난다. 하지만 어떤 이는 미로 같은 기억 속을 오래도록 헤맨다. 출구를 찾지 못한 채 같은 감정만 되풀이하며 제자리를 맴도는 것이다. 나는 그 시간을 반죽에 비유하곤 한다.
기억은 처음부터 하나의 빵이 아니다. 바람만 불어도 흩어지는 밀가루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상태에서 시작된다. 거기에 물을 붓고, 손으로 치대기 시작하면 질척거리고 모양도 잡히지 않는 반죽이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을 견디고도 계속 손을 놓지 않을 때, 비로소 탄력을 가진 하나의 반죽이 완성된다.
글쓰기도 다르지 않다. 흩어지는 기억을 붙잡고, 질척거리는 감정을 오래 치대는 시간. 그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하나의 글이 태어날 준비를 마친다.
오늘 가져온 예시 글도 바로 그 반죽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채에 내린 밀가루는 첫눈보다 고왔지만, 부주의한 한숨 따위에도 공중으로 흩어질 만큼 가벼웠다. 찰기를 갖기 전 가루는 애초에 방어라곤 할 수 없는 것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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