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이미지로 시작하는 글쓰기

은수의 산문/ 이벤트 안내

by은수

그때, 나는 마땅히 쓰고 싶은 글감을 못 찾고 막막해하던 참이었다. 다만, 어떤 이미지 하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한 장면이면 끝날 이미지에 불과했다. 그즈음 나는 사춘기 아이 둘의 검정고시 일정과 입시 상담을 앞두고 정신적으로 무척 분주한 상황이었다.

그 때문인지 나는 우리를 지탱하는 것은 어쩌면 아주 가느다란 신경줄 하나 일 지 모른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일상의 처리해야 할 수많은 일들도 결국, 가느다란 신경줄에 의지한 것이란 사실 말이다. 그래서 나는 별다른 사건도 없이 내가 떠올린 이미지인 가느다란 신경줄로 글을 쓰게 됐다. 대신 이 이미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몰고 가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오늘도 나는 내가 2년 전에 써두었던 글 하나를 통해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아주 가느다란 신경줄에 대하여]

존재를 지탱하게 하고 삶을 유지하는데, 중대한 영향을 준 실체는 아주 가느다란 신경 줄이었다. 놀랍도록 견고한 동시에 터무니없이 유약한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 >특별한 사건이 없지만 대신 하나의 이미지가 있었다. '아주 가느다란 신경 줄.' 우리는 에세이나 소설 같은 글을 구상할 때 대단한 사건을 쓰고 싶어 하기도 하지만 실상 사건이 좋은 글을 만드는 건 아니라고 믿고 있다.

이 글에서 나는 신경 줄이라는 이미지를 끝까지 놓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며칠 전, 온라인카지노로부터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이르는 게 중요하답니다. 오늘 떠오른 문장을 기록하고 한 편의 글로 완성해 보세요>라는 메시지를 처음으로 받았다. 한 동안 발행을 못 하자 생긴 일이었다. 내 연재 제목이었던, 산문적 인간답게 매일 좌충우돌하는 일상을 살면서도 한동안 이곳에 글을 쓸 수 없었다.

=겉으로 보면 서로 아무 관계가 없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는 계속 같은 질문을 붙잡고 있었다.

'내 신경 줄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산문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이야기가 바뀌어도 화자의 시선은 던져놓은 질문을 일관된 자세로 바카라임지는 힘이라 생각했다.

진행형 사춘기 두 명 중 한 명은 고3이 됐고, 다른 한 명은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앞두고 있었다. 난 시간의 꽁무니에 붙어 거의 끌려가는 중이었다. 개학과 동시에 시간은 앞서 달렸고, 머릿속은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싶은 충동을 견디는 중이었다.

떠오르는 것을 메모한 노트에는 '아주 가느다란 신경 줄'에 대한 자료가 모여 있었다. 하지만 나는 써둔 글부터 퇴고할 작정이었다. 그러자 의지를 통제받은 내 신경 줄은 경직되더니 나날이 자신감이 사그라드는 방식으로 반응했다.


고3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진학 상담 전화를 받았을 즈음, 나를 지탱하던 신경 줄은 위축되고 잔뜩 주눅 든 상태였다. 게다가 진학 상담을 할 만큼 준비된 정보도 갖고 있지 않아서, 나는 상담 내내 '고3 엄마다운 자세'에 대해 떠올려야 했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대학 입시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 내가 쓰고 싶었던 것은 불안이라는 감정이 몸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였다. 그래서 결국, 입시 상담도, 검정고시도, 모두 신경 줄이라는 이미지 안으로 들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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