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독자의 손을 잡고
글 쓰는 이라면 모두 좋은 문장을 쓰고 싶다. 누군가의 기억에 오래 남아 끝까지 읽히는 문장 말이다. 하지만 글을 쓸수록 독자를 끝까지 데려가는 것은 아름다운 문장이 아니라 궁금증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연재도 역시 전에 써놓은 내 글 모음을 뒤적여, 오늘 주제에 부합할 만한 글 하나를 가져왔다. 초고에 불과한 글이기 때문에 완벽할 순 없다. 하지만 최소한 질문으로 이어진 글쓰기에 대해서는 다뤄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내일이 더 나쁠지 몰라도]
절판된 그림바카라 두 권을 중고서점에서 구입했다. 그림바카라은 두권 모두 깨끗했지만 한 권에는 '2010년 1월 주현이모가'라고 쓰여 있고, 다른 한 권에는 'OO초교 1-4반 54번 이우진'이라고 프린트된 네임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나는 바카라을 선물한 주현이모와 1학년 4반 이우진이 어떤 모습일지 잠시 상상했다. 그러다 이우진의 그림바카라 초판인쇄 연도가 2013년이란 것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이우진이 그림바카라을 갖게 된 시기는 무조건 2013년 이후여야 된다. 그렇다면 이우진이 54번이란 사실이 석연치 않다.
=> 중고 그림바카라 두 권을 구입한 이야기는 평범하다. 하지만 독자가 그림바카라 이야기를 끝까지 읽도록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는 계속 질문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 설득력을 입히기 위해 자료 조사를 했다.
나는 이우진이 다녔다는 서울 OO 초등학교의 2013년 이후 학급 인원수 통계 자료를 찾아본다.
예상대로 2013년 이후는 과밀학급이 사라지고 학급인원 30명 내외로 운영된 게 맞았다. 그렇다면 이우진은 어째서 54번일까? 이우진이 54번이라면 뒤로 ㅈ.ㅊ.ㅍ ㅎ 등의 성씨를 가진 아이가 더 있을 테니 학급인원은 최소 60명 내외로 봐야 됐다.
이 네임 라벨은 믿을만한 것일까? 그렇다면 이우진은 누구일까? 다른 경우의 수를 몇 가지 더 떠올릴수록 54번 이우진이 궁금해졌다. 이럴 때 어떤 것을 믿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아무것도 믿지 말아야 하는 걸까?
=> 내 안에서 질문이 이어진다. 54번은 누구일까. 왜 번호가 맞지 않을까. 그나저나 나는 왜 이 숫자가 이렇게 궁금했을까?
고등학교 1학년 때 나는 54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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