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퇴고하는 글쓰기]에 대하여

약속을 지키는 퇴고(2)

by은수

지난 연재에서 우린 퇴고를 통해 글의 주제가 선명해지는 과정을 이야기했다. 마인드 맵을 통해 떠오르는 사건을 잡아두고, 그것이 달아나기 전에 초고는 가능한 한 빨리 완성을 하는 것. 그리고 며칠쯤 원고를 덮어놓았다가 비로소 시작되는 퇴고. 진정한 글쓰기는 퇴고의 과정, 퇴고의 밀도에서 완성된다는 내용이었다.


요즘 나는 온라인카지노에 글쓰기 연재를 하면서 별도로 소설을 쓰고 있다. 그 외에도 다른 이들의 글을 자주 첨삭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비문을 고르거나 맞춤법과 띄어쓰기와 같은 지엽적인 부분 첨삭 할 기회가 많아졌다.


최근에는 20대 청년들의 단편 소설 첨삭을 하게 됐다. 그들의 글은 도입부부터 과감했고, 새로운 발상과 전개에 있어 신선했다. 하지만 그런 도입에 비해 결말까지 가기엔 읽는 이에게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습작생의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읽는 도중 맥이 끊기는 구간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어떤 이는 문단 들여 쓰기가 전혀 되지 않았고, 또 다른 이는 한 문장이 다섯 줄까지 반복된 쉼표를 찍으며 이어졌다. 종결 어미를 혼동한 탓에 화자의 시점이 달라지기도 했다.


그런 구간이 나올 때마다 나는 다시 뒤로 돌아가 읽어야 했다. 그 결과 원고지 80매 분량의 단편 소설을 (a4-10~11매)한 호흡으로 정주행 하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런 것조차 소설의 '새로움'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처럼 청년들의 글이 나름의 힘을 갖고 있음에도 읽히지 않았던 원인은 약속 때문이었다. 그들은 새로운 주제를 가져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새로움에 집중하느라 정작 지켜야 할 문장 쓰기의 약속을 지키기 않은 것이다.

'사람은 인도로 걷고, 자동차는 차도로 달린다‘는 단순한 약속. 내 교실의 어린이, 청소년에게 항상 강조해 온 이야기가 청년들의 소설 쓰기에도 적용되는 순간이었다.


모든 문장은 새로움 이전에 약속을 기반한 무대 위에서 쓰여야 한다. 사실, 온라인카지노나 블로그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순수 문학이나 온라인카지노, 블로그 외 여타의 인터넷 글쓰기 플랫폼의 모든 글쓰기가 다를 바 없다. 우리는 어떤 글을 쓰든 서로 간 소통을 위해 약속을 지키는 글을 써야 한다.


하지만 이 '약속'을 지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매번 어문 규정을 찾아보는 것도 일이고, AI 검사기에만 의존하기엔 내 글만의 맛이 살아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초고를 다 쓰고 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대야 할지 막막함이 앞서기 마련이다.


아래의 문제를 맞혀보자. 과연 나는 흔히 쓰는 맞춤법과 표준어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꼭 해보세요~)

정답은 뒤에 공개

그럴 때 바카라상 위에 늘 올려두고, 글이 막힐 때마다 혹은 퇴고를 시작할 때마다 사전처럼 꺼내 보기 좋은 바카라을 만났다. 바로 신수일 저자의 [퇴고하는 글쓰기](소르북스, )이다.

이 바카라은 한 번 읽고 꽂아두는 이론서가 아니었다. 30년 넘게 현장에서 글을 매만져온 교열 고수의 손길이 담긴, 그야말로 실전 비법서다. 심지어 딱딱한 문법을 다루는데 다정하기까지 하다.


한국인이 가장 자주 틀리는 까다로운 띄어쓰기부터 비문을 매끄럽게 다듬는 윤문 작업까지, 이 바카라은 단순히 맞춤법을 맞추는 것을 넘어 글쓴이 스스로 문장의 오류를 발견하고 '나다운 문장'으로 완성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좋은 바카라이었다.

우리는 모두 좋은 문장을 쓰고 싶다. 그렇다면 공부하지 않고는 어렵다.

글쓰기는 언제나 곁을 지키는 친구 같은 존재지만, 우리가 마음을 다 한 만큼만 그 결실을 손에 쥐어준다. 그러니 나만의 좋은 문장을 쓰려거든 마음을 다해 공부하는 방법 밖에 없다.

지난 3주 남짓, 나는 이 바카라의 도움을 받고 있다.

'두고 보기에 좋은 바카라'이라는 저자의 의도처럼, 이 바카라은 단번에 읽는 바카라이 아니었다. 대신, 앞으로도 내 컴퓨터 옆에 자리하며 글의 퇴고나 첨삭을 도와줄 조력자가 돼줄 바카라이었다.


온라인카지노에서도 문단 개념 없이 줄 바꿈을 하는 글을 자주 보게 된다. 물론 종이 바카라과 달리 인터넷 글쓰기라는 특성 때문에 가독성을 염두에 둔 것이란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이 그래도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글을 쓰고, 출간을 소원하는 이들이라면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라는 말을 꼭 기억하자.


우리가 읽는 바카라이나 우리가 쓰는 글에도 보이지 않는 원고지가 그려져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때, 우리 글은 소통할 수 있는 글, 더 나아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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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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