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자리에 앉거들랑
첫 문장 하면 나는 자연스럽게 첫사랑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둘은 꽤 닮았다. 첫사랑은 대개 완벽한 사랑이 아니다. 서툴고, 어설프고, 때로는 상처로 끝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평생 잊히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첫 문장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늘 완벽한 첫 문장을 쓰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애를 쓴다. 하지만 독자가 마음속에 오래도록 품고 가는 문장은 꼭 매끄럽고 완벽해서가 아니다. 그저 삶의 어느 자락을 툭, 하고 건드린 문장이다.
누군가의 첫사랑 이야기를 듣다 보면 첫사랑의 주인공보다 이야기를 전하는 ‘그 사람’이 먼저 보인다. 어떤 사람을 좋아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사랑했는지는 그 사람의 내면을 알아가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그것은 첫 문장을 보면서 글쓴이를 상상하는 것과 비슷하다. 첫 문장에는 그가 어떤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있는지, 또 마음속에 어떤 질문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지가 담기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첫 문장이란 그저 독자를 붙잡기 위한 화려한 작문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글쓴이가 내보이는 자기 세계의 시작점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독자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매력적인 첫 문장을 쓰고 싶어 한다. 나 역시 그렇다. 그럴 때마다 나는 글을 시작하기 전, 스스로에게 먼저 묻곤 한다. 나는 지금 독자를 어디로 데려가고 싶은지.
좋은 첫 문장에 단 하나의 정답은 없지만, 독자를 데려갈 시작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시작점으로 가는 길은 한 가지만이 아니다.
예전에 나는 이런 문장으로 글을 시작한 적이 있다.
예시 1)
한 존재를 지탱하게 하고 그 삶을 유지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준 실체는 아주 가느다란 신경 줄이었다.
이 문장은 독자에게 궁금증을 주기 위한 문장이었다. 가느다란 신경 줄이 뭘까. 왜 그것이 존재를 지탱한다는 걸까. 작가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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