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6개월 절제에 도전해야 하나
딸아이 나나가 초등학교 4학년쯤이었을 것이다. 장난 삼아 '나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물었다. 나나는 나를 쓱 보더니 뭘 그런 걸 물어보느냐는 듯한 얼굴을 하며 대답했다.
당연히 아빠지.
내가 너를 열 달동안 뱃속에 품고 온몸이 부어가며 숨도 잘 못 쉬고 얼마나 아프게 낳았는데!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꿀꺽 삼켰다. 4학년쯤 되었는데 이렇게 말하는 거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칫, 그래? 왜 아빠가 더 좋은데?
아빠는 긍정적이야.
엄마는?
엄마는...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해.
그건 인정한다. 육아 전문가들은 잔소리는 하면 할수록 독이 된다고 했다. 나는 집안에서 그 독을 생성하는 역할을 했나 보다. 독을 맞은 아이들은 아빠에게 가서 해독을 했을 테고.
얼마 전,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준이에게 조심스레 물어봤다.
준아,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얘는 그래도 살짝 고민을 하다가 대답했다.
둘 다!
이 말이 어찌나 위안이 되던지.
아빠는 어떤 점이 좋아?
잘 놀아줘.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그럼 엄마는 왜 좋아?
맛있는 것 해주니까.
아, 또 다른 건 없어?
음, 모르겠어.
남편은 아이들한테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필요한 말을 할 때면 유머를 담아 딱 한 번만 말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아빠 말이 재미있어서 깔깔 웃으며 기분 좋게 무언가를 해낸다.
반면 나는 성미가 급하다.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다가 결국엔 화난 목소리가 된다. 필요한 말도 계속하면 듣기 싫은 잔소리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그런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솔직히 어떤 엄마가 진짜 좋은 엄마인지 잘 모르겠다. 앞으로 잔소리를 좀 줄여볼까?
기침 많이 할 때 물 마시라고 말하지 않기, 간식 그릇 싱크대로 가져다 놓지 않은 것 못 본 척 하기, 과자 봉지를 가방이나 서랍 속에 넣어둔 것 아무 말 없이 치우기, 바카라상 어질러져 있는 것 그냥 두기, 이 닦으라고 하지 않기, 골고루 먹으라고 하지 않기, 숙제 다 했는지 물어보지 않기.
그런데 목록을 쓰다 보니까 갑자기 속에서 열이 올라온다. 아니, 다 지들 잘 되라고 하는 소리인데 내가 왜 이렇게까지 참아야 하지?
기침하는 소리는 듣기 안쓰럽다. 간식 먹은 그릇을 싱크대로 가져다 놓는 것은 기본적인 생활 습관이다. 과자 봉지를 가방이나 서랍 속에 쑤셔 박아 놓는 건 벌레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것도 잔소리인가?
물론 바카라상이 어질러져 있는 것은 방문을 닫아버리면 되고, 골고루 안 먹어도 알아서 잘 크긴 한다. 이가 썩어 치과에 가도 요즘은 치과에서 재미있는 영상을 많이 보여주니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불필요한 지출만 생길 뿐이다. 숙제도 본인이 스스로 챙길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난다. 안 그래도 요즘 '6개월간 소비하지 않기' 프로젝트를 하며 사고 싶은 것도 한 번 더 생각하면서 절제하고 있는데, 집에서조차 해야할 말도 못 한다니.
끊어야 하는 건 내 지출만이 아니었던 걸까. 잔소리를 6개월 동안 하지 않고 버텼을 때, 내 속이 터져있을지, 아니면 아이들이 나를 좋은 엄마가 되었다고 생각할지 궁금하니 시도는 해보겠는데, 6개월은 너무 길고 일단 딱 ‘1주일'만 잔소리하지 않기로 선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