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의 고민

열세 살의 거울이 반짝이던 순간

by새벽여행자

앞머리를 낼 것인가, 말 것인가.


열세 살 사춘기 소녀 나나가 인생 최대의 고민에 빠졌다.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잔머리를 앞머리 삼아 제법 귀여운 자태를 뽐냈다.


2학년 봄, 새 학기를 맞아 머리를 다듬으며 앞머리를 냈다. 생각지도 못한 ‘소녀’의 감성이 물씬 느껴졌다. 참 잘 어울렸다. 그 이후로도 한동안 나나는 앞머리를 예쁘게 정돈하고 다녔다.


5학년 2학기 때 즈음이었나. 나나는 돌연 '앞머리를 기르겠다'라고 선언했다. 그때부터 나의 참을성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앞머리가 눈을 찌르고 얼굴의 반을 덮는데도 커튼처럼 내리고 다녔다. 게다가 생머리여서 머리카락이 옆으로 길을 틀지도 못했다. 어찌나 답답해 보였지 잔소리도 해보고, 묶거나 핀으로 고정하는 게 어떻냐며 제안도 했지만 그녀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꼬박 1년을 버틴 끝에 마침내 나나의 앞머리는 귀 옆까지 내려왔다. 이제 머리를 넘길 수 있으니 좀 나아지는가 했다.


엄마, 나 앞머리 다시 자를까?


거울 앞에서 머리를 이렇게도 내려보고 저렇게도 내려본다. 여자에게 앞머리의 한 올 한 올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1mm의 오차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기에 충분히 고민하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에이, 그냥 자르지 말까?

나나야, 시스루뱅으로 조금만 자르고 옆머리랑 연결하는 건 어때? 요새 그렇게들 많이 하던데.


내 제안에 빛의 속도로 검색을 해보더니 당장 미용실을 예약해 달란다.


드디어 그날이 되었다. 다시 한번 망설인다.


아, 왜 오늘 머리가 예뻐 보이지? 자르지 말까?


이것 또한 나도 많이 해본 경험이라 속으로 쿡쿡 웃었다. 하필 꼭 머리 하기로 결정한 날은 머리가 마음에 든다. 나나랑 같이 가서 미용사에게 이것저것 설명하려고 준비하는데, 현관 앞에서 갑자기 혼자 가겠단다.


정말? 엄마가 안 가도 되겠어?


벌써 다 커서 혼자 미용실을 가다니! 서운함 반, 대견함 반으로 기다린 끝에 마주한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와! 나나야, 아이돌 같아! 정말 잘 어울려!

정말? 미용실 언니한테 내가 원하는 대로 딱 설명했어.


새삼 딸아이의 머릿결이 부러워졌다. 숱 많고 풍성하며 반짝반짝한 너의 젊고 건강한 머리카락. 나나의 미모에 슬쩍 자극받은 나 역시 거울 앞으로 다가섰다.


나도 시스루뱅이나 해 볼까? 그렇게 소소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전 04화틀린 게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