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로그

귀향

by천시록

《신의 로그》

PART 1 — 〈카네시〉

제2화 〈귀향〉


카네시의 무거운 성문이 마침내 바깥을 향해 열렸다.

기다림에 지쳐 발굽을 구르던 나귀들이 하나둘 좁은 문을 빠져나와 붉은 평원으로 나아갔다. 등 양옆에 매달린 화물이 걸음에 맞춰 출렁일 때마다 가죽끈과 거친 밧줄은 팽팽하게 당겨졌다가 다시 느슨해졌고, 밤새 차가운 기운을 머금은 털에서는 이른 아침 공기와 부딪혀 희미한 김이 피어올랐다.

누군가는 떠날 나귀의 수를 세었고, 누군가는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 확인했다. 미처 짐을 정리하지 못한 채 뒤늦게 뛰어오는 짐꾼에게 욕설이 쏟아졌으며, 행렬 앞쪽에서는 어서 움직이라는 고함이 연달아 터졌다.

한 마리, 두 마리씩 뒤를 이어 수십 마리의 나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제각기 흩어져 들리던 발굽 소리가 행렬이 길 위에 자리를 잡으면서 차츰 하나로 겹쳐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굳은 흙길 전체가 둔탁한 박자를 내며 울렸다.

아슈르나담은 자신의 나귀 곁을 걸었다.

성문 아래를 통과하는 순간 그는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아직 볕이 온전히 닿지 않은 카네시의 흙벽 위로 아침 햇살이 조금씩 번지고 있었다.

처음 이 땅에 왔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귀에 들리는 말도, 사람들의 표정도, 물건을 사고팔며 값을 정하는 방식도 아슈르와 달랐다. 몇 번이나 속았고, 몇 번이나 잘못된 흥정으로 손해를 보았으며, 길을 몰라 같은 골목을 빙빙 돌기도 했다.

이제는 달랐다. 어느 골목에서 무엇을 살 수 있는지, 어떤 상인을 믿어야 하는지, 어디에서 술 한 잔을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오랜 세월 오가다 보니 낯선 땅은 어느새 익숙한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그래도 집은 아니었다.

아슈르나담은 시선을 거두고 성문 밖으로 이어진 길을 바라봤다. 저 길을 따라 평원과 강을 건너고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산길을 지나면 티그리스강가의 아슈르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라미시가 있었다.

그는 나귀의 옆구리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가자.”

───
며칠 뒤.

천 킬로미터가 넘는 길 저편, 아슈르의 한 주택 앞에 나귀 세 마리가 멈춰 서 있었다.

라미시는 그늘진 처마 아래에서 일꾼들이 남편에게 보낼 화물을 싣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집 안쪽에서 직물 꾸러미를 안고 나온 짐꾼 하나가 나귀 가까이 다가오자 그녀의 목소리가 곧장 날아갔다.

“조심해요. 그렇게 던지지 말고.”

사내는 아무 말 없이 직물을 고쳐 안았다.

“들었어요?”

그제야 그가 고개를 돌렸다.

“들었습니다, 부인.”

“그럼 대답을 해야죠.”

“예.”

라미시는 그제야 한 걸음 물러났다.

나귀의 등에 올라가는 것은 그녀가 여러 날을 들여 준비한 직물들이었다. 양모를 고르고 실의 상태를 살피며, 완성된 천을 한 필씩 펼쳐 작은 흠이라도 없는지 확인한 뒤 다시 반듯하게 접어 묶었다. 카네시에 도착하면 어느 상인에게 넘겨야 할지까지 이미 정해두었다.

직물 꾸러미가 차례로 나귀 등에 올라가는 동안 라미시는 품에서 작은 점토 봉투를 꺼냈다.

며칠 전 서기관에게 받아든 뒤로 몇 번이나 만져본 편지였다. 손바닥에 올려놓고 이쪽저쪽을 살펴본다고 해서 안쪽의 글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그녀는 좀처럼 그것을 내려놓지 못했다.

곁에서 화물을 정리하던 젊은 여자가 슬쩍 웃었다.

“그렇게 계속 보고 있으면 안의 글자가 바뀝니까?”

라미시가 고개를 홱 들었다.

“뭐?”

“며칠째 그것만 보고 계시잖아요.”

“내 남편에게 보내는 내 편지라는데 내가 보겠다는데, 네가 왜?”

“혹시 다시 쓰시려고요?”

라미시는 점토 봉투의 모서리를 엄지손가락으로 천천히 쓸었다.

“……조금 심했나?”

여자가 웃었다.

“어느 부분이요?”

“전부.”

“그럼 다시 쓰시면 되죠.”

라미시는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 서기관을 다시 불러야 하나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으며 편지를 내밀었다.

“됐어. 그냥 보내.”

여자가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

“안 바꾸십니까?”

“저 사람은 이 정도는 써야 알아들어.”

“그렇게 보고 싶으면서 참 모질게도 쓰셨네요.”

라미시가 눈을 흘겼다.

“누가 보고 싶대?”

“제가 잘못 들었나 보네요.”

여자는 웃으며 몸을 돌렸다.

라미시는 멀어지는 등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다가 금세 다시 불렀다.

“잠깐.”

여자가 돌아섰다.

“왜요, 부인?”

“그거 다른 짐 밑에 깔아놓지 마.”

“알겠습니다.”

“안쪽에 넣어. 모서리가 깨지면 안 돼.”

“예.”

“비라도 맞으면 곤란하니까 가죽으로 잘 싸고.”

“예.”

“카네시에 도착하면 아무한테나 맡기지 말고, 가능하면 직접 아슈르나담에게—”

여자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라미시는 말을 멈췄다.

“왜 웃어?”

“그렇게 걱정되시면 부인이 직접 가져가시죠.”

이번에는 라미시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여자는 웃음을 거두고 편지를 작은 문서 꾸러미 안에 넣었다. 천으로 감싼 뒤 다시 가죽을 둘러 질긴 끈으로 묶었고, 마지막 매듭을 힘껏 잡아당겼다.

라미시는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잠시 후 나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곳을 떠난 화물은 다른 상인들의 짐과 합쳐져 카네시로 향하는 대상에 실릴 것이다.

라미시는 골목 끝까지 따라나갔다.

처음에는 나귀 등에 올라간 꾸러미가 또렷하게 보였다. 그러나 몇십 걸음, 몇백 걸음 거리가 벌어질수록 사람과 짐승의 윤곽은 작아졌고, 흙먼지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자 어느 것이 자신의 짐인지조차 알아보기 어려워졌다.

그 어딘가에 편지가 있었다.

짜증과 잔소리 사이에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을 눌러 새긴 작은 점토판 하나가, 남편을 향해 길을 떠나고 있었다.

라미시는 행렬의 마지막 모습이 골목 너머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
그 무렵 아슈르나담의 대상은 이미 카네시에서 한참 멀어져 있었다.

도시를 벗어난 뒤 풍경은 몇 차례 모습을 바꾸었다. 평탄한 대지에 들어서면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늘어졌고, 선두의 나귀들이 언덕마루를 넘어 모습을 감출 때에도 후미는 아직 아래쪽 비탈을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길 위에는 먼저 이곳을 지나간 수많은 발굽 자국이 서로를 짓누르며 겹쳐 있었고, 그 사이로 바퀴가 파놓은 두 줄의 깊은 홈이 먼 곳까지 이어졌다. 오래전부터 상인과 짐승이 오갔던 길이었다.

맞은편에서 또 다른 대상이 다가왔다.

양쪽 무리의 선두에 있던 사람들이 별다른 말 없이 길 가장자리로 몸을 붙였고, 나귀들은 서로의 짐이 부딪치지 않을 만큼 간격을 두고 천천히 스쳐 지나갔다. 지나치는 얼굴 가운데 아는 사람을 발견한 상인 몇이 짧게 손을 들었다.

“카네시에서 오는 길인가?”

“그렇다.”

“앞쪽 고갯길은 어떻던가?”

상대편 상인이 잠시 뒤쪽 하늘을 돌아봤다.

“고갯길에는 별일 없어. 다만 산 쪽 구름이 좋지 않더군. 서두르는 게 나을 거야.”

“알겠네.”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 길에서 필요한 말은 길지 않았다. 어느 길이 무너졌는지, 어디에서 물을 구할 수 있는지, 어느 쪽 하늘이 좋지 않은지만 알아도 사람의 목숨이 달라질 수 있었다.

두 대상은 흙먼지 속에서 서로를 지나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각자의 먼 길 속으로 사라졌다.

조금 더 걷자 길가에 검게 그을린 돌들이 눈에 띄었다. 먼저 지나간 대상들이 밤을 보내며 불을 피웠던 자리였다. 짐승의 배설물이 말라붙은 흔적과 부러진 밧줄 조각도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아슈르나담은 주변 지형을 한 번 훑어보고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수없이 지나온 길이었다.

“잠깐!”

행렬 중간에서 다급한 고함이 터졌다.

나귀 한 마리가 왼쪽 앞발을 바닥에 제대로 딛지 못한 채 멈춰 서 있었다. 짐꾼이 고삐를 잡아당길 때마다 짐승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몸을 버텼다.

아슈르나담이 걸음을 돌려 다가갔다.

“뭐 하는 거야?”

“갑자기 움직이질 않습니다.”

사내가 다시 고삐를 당기려 하자 아슈르나담이 손을 뻗어 막았다.

“당기지 마.”

“그런데 안 갑니다.”

“그러니까 당기지 말라고.”

그는 나귀 앞에 쪼그려 앉아 왼쪽 앞다리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거칠게 갈라진 발굽을 살피던 손가락이 발굽과 연한 살 사이에 단단히 끼어 있는 날카로운 자갈 하나를 찾아냈다.

아슈르나담은 나귀의 다리를 붙잡은 채 자갈을 천천히 빼냈다. 짐승이 몸을 움찔했지만 다리를 걷어차거나 도망치려 하지는 않았다. 자갈이 빠진 자리에 피가 맺히지 않은 것을 확인한 그는 발굽 주변에 붙은 흙까지 손으로 털어냈다.

“천천히 걸려봐.”

사내가 고삐를 느슨하게 잡고 앞으로 움직였다.

나귀는 처음 두어 걸음 동안 앞발을 조심스럽게 내디뎠으나, 발굽을 짓누르던 통증이 사라지자 차츰 원래의 걸음을 되찾았다.

아슈르나담은 손에 묻은 흙을 털며 말했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말을 못 할수록 몸부터 살펴야 해. 움직이지 않는다고 무작정 끌어당기지 말고.”

옆에서 지켜보던 젊은 사내가 웃었다.

“나귀가 말을 할 줄 알면 더 피곤할 것 같은데요.”

아슈르나담이 그를 돌아봤다.

“너보다는 말이 잘 통할 것 같다.”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고, 며칠째 길을 걸으며 굳어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잠시 풀렸다.

대상은 다시 움직였다.

───
해가 머리 위를 지나 서쪽으로 조금씩 기울자, 하루 종일 대지를 짓누르던 열기도 서서히 힘을 잃기 시작했다.

대신 바람이 불었다.

처음에는 달아오른 목덜미를 식혀주는 서늘함이 반가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은 점점 거칠어졌고, 마른 흙냄새 사이로 어딘가 축축한 냄새가 섞이기 시작했다.

산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었다.

아슈르나담은 걷던 중 고개를 들었다.

멀리 능선 위로 먹구름이 걸려 있었다. 성문을 나설 때부터 보이던 구름은 훨씬 두꺼워져 있었고, 바람을 타고 천천히 아래쪽으로 퍼지고 있었다.

맞은편 대상이 해준 말이 떠올랐다.

그는 한동안 하늘을 살폈다. 아직 행렬을 세워야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두워진 뒤에도 길 위에 남아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오늘은 조금 일찍 자리를 잡는 게 좋겠군.”

앞서 가던 상인에게 말을 건넨 뒤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 대상은 길에서 조금 벗어난 평탄한 곳에 야영지를 잡았다.

가장 먼저 시작된 것은 짐승을 돌보는 일이었다. 하루 종일 무거운 짐을 지고 걸은 나귀들의 화물을 일부 내려놓고 물을 먹인 뒤, 사람들은 털에 달라붙은 먼지와 말라붙은 땀을 손과 천으로 문질러 털어냈다. 자신의 목부터 축이고 싶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길 위에서는 짐승이 먼저였다.

어둠이 내려앉자 여기저기 작은 불이 피어올랐다.

누군가는 딱딱하게 굳은 빵을 뜯어 물에 적셔 먹었고, 누군가는 말린 고기를 오래 씹었다. 하루 종일 길 위를 떠돌던 고함과 욕설도 밤이 깊어지면서 하나둘 잦아들었다.

아슈르나담은 불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에 앉아 가죽신을 벗었다.

발바닥에는 물집이 잡혀 있었고, 굳은살이 갈라진 곳에서는 말라붙은 피가 보였다.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욱신거리는 발바닥을 천천히 눌렀다.

낮에 농담을 주고받았던 젊은 사내가 다가와 곁에 털썩 앉았다.

“아슈르나담 님.”

“왜?”

“집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뭘 하실 겁니까?”

아슈르나담은 발을 주무르며 대답했다.

“잘 거야.”

사내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게 끝입니까?”

“눈을 떴는데 다음 날이어도 좋고, 그다음 날이어도 좋을 만큼 잘 거다.”

“아내분이 아주 좋아하시겠네요. 몇 달을 기다린 남편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쓰러져 자면.”

아슈르나담이 피식 웃었다.

“내가 자는 꼴 보려고 기다리고 있겠냐.”

“그럼 일어나서는요?”

아슈르나담은 대답하려다가 문득 입을 다물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자신의 나귀가 어둠 속에 서 있었다. 그 옆에는 내려놓은 개인 짐꾸러미가 있었고, 그 깊은 곳에 작은 가죽주머니 하나가 들어 있었다.

짙은 푸른 구슬이 이어진 목걸이.

라미시의 목에 그것을 걸어주는 장면이 잠시 머릿속을 스쳤다.

“……줄 게 하나 있어.”

젊은 사내가 눈을 반짝였다.

“뭡니까?”

“네가 알 필요 없다.”

“비싼 겁니까?”

아슈르나담이 사내를 흘겨봤다.

“왜?”

“비싼 거면 제가 밤새 지켜드리려고요.”

“이 대상에서 제일 위험한 놈한테 그걸 맡기라고?”

사내가 소리 내어 웃었고, 아슈르나담도 고개를 저으며 따라 웃었다.

그때였다.

차가운 것이 손등에 닿았다.

그는 무심코 손을 내려다봤다. 검게 그을리고 흉터가 남은 피부 위에 물방울 하나가 맺혀 있었다.

잠시 뒤 또 하나가 떨어졌다.

그리고 하나가 더.

불 가까이에 앉아 있던 상인이 손바닥을 펼쳐 하늘을 받았다.

“비 온다.”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었다.

처음에는 띄엄띄엄 떨어지던 빗방울이 금세 땅바닥 곳곳에 검은 점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슈르나담은 가죽신을 급히 신고 일어섰다.

조금 전까지 느슨했던 야영지가 순식간에 분주해졌다. 내려놓았던 화물을 한곳으로 모으고, 젖어서는 안 되는 짐 위로 가죽 덮개를 씌우며, 풀어놓은 끈을 다시 묶는 사람들이 사방으로 뛰었다.

아슈르나담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자신의 나귀였다.

그는 개인 짐꾸러미를 들어 다른 화물 사이의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청금석 목걸이가 든 작은 가죽주머니도 그 안에 있었다.

끈을 잡아당겨 단단히 묶고 손가락으로 매듭을 눌러 확인했다.

흔들리지 않았다.

그제야 다른 짐을 살피러 몸을 돌렸다.

굵어진 빗방울 하나가 타오르던 불 위로 떨어졌다.

치익—

불꽃이 짧게 몸을 떨었다.

───
그날 밤, 아슈르에서 카네시를 향해 길을 오르던 또 다른 대상도 비를 만났다.

어두워진 길 위로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지자 사람들이 서둘러 화물을 한곳으로 모았다. 직물이 젖지 않도록 가죽 덮개를 펼쳤고, 나귀가 놀라 날뛰지 않도록 고삐를 짧게 잡았다.

“이쪽부터 덮어!”

“끈 잡아! 풀린다!”

나귀 한 마리가 몸을 세차게 떨자 옆에 있던 사내가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욕설을 내뱉었다.

다른 일꾼 하나가 화물 틈에 놓인 작은 꾸러미를 발견하고 집어 들었다.

천과 가죽으로 여러 겹 싸고 끈으로 단단히 묶은 문서 꾸러미였다. 그는 잠깐 무게를 가늠하듯 손에 들어보더니 직물 아래에 눌리지 않도록 다른 짐 사이의 안쪽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었다.

라미시의 편지도 그 속에 있었다.

사내는 곧바로 몸을 돌려 다른 화물을 수습하러 갔고, 누구도 그 작은 꾸러미를 다시 바라보지 않았다.

빗줄기는 시간이 갈수록 굵어졌다. 사람들은 날씨를 욕했고, 누군가는 아침이면 멎을 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젖은 나귀들은 귀를 뒤로 눕힌 채 서로 몸을 붙였고, 가죽 덮개 위에서는 빗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산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밤이 깊어져도 걷히지 않았다.

두 대상은 서로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한쪽에는 아내에게 줄 푸른 목걸이가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남편에게 보낼 점토 편지가 있었다.

아직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없을 만큼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그 거리는 하루하루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밤새,

비는 멎지 않았다.

제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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