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각을 해임하라

삼문동 봉주르 아파트 1부: 아파트 재건축 전

by오서

“여보세요. 지 대표님, 혹시 그거 들었는가예?”

“머선 얘기?”

아침부터 달갑지 않은 진절희의 전화에 지건만은 짜증 섞인 말투로 대꾸했다.

“그 폐자전거 사건 알죠? 내가 배 소장이 해무따고 했던…….”

“또 그 얘기가? 참말로 지겹데이. 부녀회장이면 부녀회장 일이나 쫌 하소! 돈 떼묵은 기 아니라카이, 거참!”

“뭐가 아입니꺼? 5만 원 묵은 기지.”

“아따 마, 입 아프네! 진짜. 그 돈은 자전거 판 돈이 아이라, 업체 사장이 배 소장 오랜만에 봐가 반갑다고 고생한다고 줬다 안 카나. 게다가 지 혼자 어디에 쓴 거도 아니고 직원들이랑 점심 한 끼 사 무따고. 부녀회장 니, 직원들 복지 모리나? 복지! 그라고 5만 원 가지고 무슨 횡령이니 배임이니 해쌌노?”

“복장 터지는 소리 하시네. 암튼 공 회장님은 그렇게 생각 안 하시던데? 공 회장님이 배 소장이랑 다 확인했고, 돈 먹은 거 시인하는 녹음까지 했다대. 그래가 배 소장 해임 건으로 내일 시간 되는 동대표들이랑 부녀회랑 같이 의논 좀 하자 캐가 연락드립니더.”

“뭐라꼬? 니 그걸 굳이 회장한테 쪼르미 달려가가 말했나? 하이고, 내 참 갑갑하데이. 그라고 그런 걸로 무슨 사람을 자르고 말고 한단 말이고?”

“뭐, 암튼 내는 분명히 전달했심더. 오늘 오후 두시 청학 북카페. 아 참, 이거 배 소장한테는 즐대 비밀. 동대표들이랑 부녀회만 먼저 의논하는 거니까. 대표님 배 소장이랑 아무리 친해도 이건 얘기하지 말라꼬! 자기 자른다는데 좋아할 사람이 어딨노? 시간 되면 참석하이소. 아시겠지예?”

정한은 알고 있었다. 당일 아침에 연락을 돌려 긴급 사항이라며 오후에 의논하러 나와달라고 하면 나올 사람이 거의 없을 거란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사 제치고 나올 사람은 배 소장을 감싸려거나 배 소장을 보내고 싶거나 둘 중 하나가 명확한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제가 너무 급하게 연락을 돌렸죠? 죄송합니다. 정말 긴급 사안이라서요. 바쁘신데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긴급한 일이 뭔지부터 말씀드리자면…….”

정한은 5만 원 횡령 및 배임 사건에 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스톱 게임을 하고 있었다는 목격담까지. 카페에는 아파트 어벤저스와 3동 대표 레이첼, 7동 대표이자 이사 박지새, 6동 대표 지건만이 모였다. 예상대로 지건만은 만사를 제치고 달려왔고, 레이첼 역시 적극적으로 참가해주었다. 박지새는 일부러 정한이 연락해 이사님 한 분이 꼭 있어야 한다고 사정해 나와 달라 했다. 왜냐하면, 지난 회의 때 대세를 따르겠다는 박지새의 모호한 태도가 지건만 쪽 사람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모임 공지 포인트는 바로 지건만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배임각 해임 건이라는 말은 하지 않고, 그냥 긴급 논의 사항이라고만 알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 의견은 다음 주에 배임각 소장 해임에 대한 임시회의를 개최해 저희 동대표들의 해임 의결을 통해 배 소장을 교체를 진행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당연히 내보내야죠! 전 대찬성! Crazy? 정신 나간 사람이네요. 근무 시간에 고스톱? Oh no. 게임에 횡령까지. 회장님이 들어갔는데도 버젓이 게임을 계속했다는 건 얼마나 우리를 우습게 보는지 알겠네요.”

가만 보면 단발머리에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레이첼은 외모와는 달리 의외의 적극적인 성격으로 가장 먼저 손을 들며 단호하게 동의했다.

“저 아시죠? 전 동장입니다. 저는 지금 동장도, 동대표도, 부녀회도 아니지만, 아파트 입주민 입장으로 참여했고요. 저도 이런 인간은 반드시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더 힘이 실린 것 같은 올백 백발 머리의 명백화가 레이첼의 말을 받으며 강력한 어투와 강단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박지새 이사님 생각은 어떠세요?”

“저는…….”

정한은 박지새의 의견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저도 이건 아닌 거 같습니다. 의결해야죠.”

마치 뽀빠이를 연상케 하는, 키는 작지만 다부진 체격의 박지새는 체격만큼이나 다부지게 답했다. 다행이었다. 박지새가 지건만 쪽이 아니라는 것이 지금 동대표 구성원 내에서는 정말 큰 힘이 될 수 있기에. 그리고 정한의 부재 시 정한을 대신하는 동대표 이사이기에 그 필요성이 더 컸다.

“그럼 다 동의하셨고, 마지막 지건만 대표님은요?” 테이블에 앉아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지건만에게 집중했다.

“그 섀끼 그거 너무 오래 있었다. 물이 고이면 썩는다고 인자 금마 그거도 썩었는기라. 고마 쳐내삐야지!”

“지 대표님 괜찮으시겠어요? 그래도 배 소장님이랑 한솥밥을 꽤 오래 드셨는데.”

“뭐라카노? 금마가 어데 내랑 겸상할 군번이가? 내는 대표고 지는 내 밑의 소장이라! 내가 금마랑 절대 친한 게 아니다. 내사 마, 잘 달래가 일 좀 잘 시키묵고 부려묵고 할라고 잘해주는 척한 기지. 하모!”

정한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배 소장과의 지건만의 관계를 각별한 것처럼 들먹이자, 지건만은 정색을 하며 손을 저었다.

“다행이네요. 저는 사실 지 대표님이 배 소장님이랑 가까우신 거 같아서 그게 가장 마음에 걸렸거든요. 그럼 다음 주 임시회의 때 의결하시는 겁니다?”

“두말하면 입 아프다. 그런 도적놈은 당장 내보내야지!”

“아, 그리고 지 대표님.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뭔데? 내 뭐 돈 들어가는 거 아이면 다 들어주께!”

“진짜죠? 저번에 아파트 앱 도입하자고 한 거……. 이번 임시 회의 때 다시 올릴 테니까 가결되게 좀 도와주세요, 네? 이거 말씀처럼 돈 안 들어가는 겁니다?”

“그기 꼭 필요하나?”

“당연하죠. 돈도 안 들어가는데 통과 좀 시켜주세요. 제가 박지새 대표님이랑 지 대표님 이렇게 두 분을 이사로 추천하려고 했는데 안 대표님이 눈치 없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람에……. 사실 좀 불안불안합니다. 경험 많은 지 대표님이 이사로 계셔야 제가 든든한데 말이죠.”

“그래요, 지 대표님. 우리 아파트도 요즘 아파트에서 하는 건 해야죠. 비록 저번 회의 때 저랑 얼굴 붉혔었지만 그건 다 잊고 앞으로 아파트 발전을 위해서 잘해보자고요.”

“맞아요. 그렇게 해요.”

정한은 살얼음 같은 웃음을 보이며 지건만의 비위를 맞추자, 명백화가 곧장 장단을 맞추었고 다른 사람들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분위기가 기울었다. 결국 지건만도 더는 달리 말할 수 없었다.

“이사 거 뭣이라고! 내 그런 거 안 해도 잘 도와줄 끼다. 아파트 앱인가 뭐시긴가 그거도 걱정 말그라!”

“감사합니다! 그럼 긴급 임시회의 안건은 배임각 소장 해임 안과 아파트 앱 도입 안 두 가지 그리고 기타 안건으로 진행하겠습니다. 모두 다음 주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아 참, 당연히 아시겠지만, 이 사안은 배 소장님께 절대 비밀입니다.”

카페를 나온 정한은 긴급 임시회의 소집 공고를 위해 곧장 관리실로 향했다.




똑똑.

“소장님? 잠깐 얘기 좀 나누실까요?”

소장실 문을 노크한 후 정한이 들어서자, 배 소장은 화난 복어 같이 뚱한 표정으로 정한의 눈도 마주치지 않으며 인사했다.

“다음 주에 긴급 임시회의를 하려고 합니다. 화요일 오전 열한 시로 공지해주세요.”

“예.”

긴급 임시회의를 연다는 말에 배 소장은 전혀 놀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왜 긴급 임시회의를 여는지 조차도 묻지 않았다. 예상대로 지건만은 진절희의 전화를 받자마자 배 소장에게 해임에 대한 움직임을 알려주었던 것이다. .

“소장님, 긴급 임시회의인데 안건이 뭔지 묻지도 않으시네요?”

“지야 뭐, 까라면 까는 기지 물어서 뭐 하겠심꺼?”

평소에 정한과 얘기를 나누면 소파에서 등을 떼고 앉아 말하던 배 소장이지만, 오늘은 등을 소파에 바짝 기대고 양쪽 팔걸이에 팔을 올리며 흔히 말하는 사장님 자세로 앉아, 턱만큼 삐죽 튀어나온 입으로 퉁명스럽게 일관했다.

“에이, 또 무슨 그런 말씀을. 뭐, 소장님 입장에서는 좀 그러시겠지만, 임시회의 안건은 소장님 해임 건입니다. 폐자전거 비용 횡령 및 배임이 금액을 떠나 중대한 사안이라 어쩔 수 없이 진행하게 됐어요. 뭐, 잘 아시겠지만, 동대표님들이 가결한다고 해서 소장님을 저희가 마음대로 해고하지는 못합니다. 다만, 이 사안에 대해 동대표님들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들어보고 만약 가결이 나온다면 유어홈에 통보해 저희 의견을 전달할 생각이고요. 하지만 그 전에 소장님께서 스스로 바카라임을 지고 물러나주셨으면 합니다. 만약 반대로…….”

“알겠심더. 가결되면 내 깨끗이 물러날게예. 근데 부결이면 우째할까예?”

“부결되면 그 사건에 대해 깔끔하게 사과하시고 앞으로 아파트 발전에 더 열심히 힘써주세요. 부결되면 다른 분들도 이 건에 대해 다시 얘기하지 않도록 할 겁니다.”

배 소장은 내내 ‘나 지금 기분 나쁘다’는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





긴급 임시회의 하루 전, 아파트 어벤저스는 아지트인 청학 북카페에 모였다.

“배 소장 해임안 의결될까요?”

“대충 표를 세어보면…….”

진절희가 불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자, 명백화는 종이를 들고 와 뭔가 쓰기 시작했다.

“자, 현재 동대표 현황 먼저 정리해볼게요. 부녀회장님이랑 총무님은 이분들 나이대랑 몇 번째 연임인지만 알려주세요.”


1동 대표 겸 이사 <안일해, 남, 50대> 3선

2동 대표 <유유희, 여, 40대> 초선

3동 대표 <레이첼, 여, 40대> 초선

4동 대표 <오들갑, 남, 70대> 3선

5동 대표 미 출마로 공석

6동 대표 <지건만, 남, 80대> 4선

7동 대표 겸 이사 <박지새, 남, 50대> 재선

8동 대표 겸 회장 <공정한, 남, 40대> 초선

9동 대표 겸 감사 <우길려, 여, 70대> 3선

10동 대표 겸 감사 <추태자, 여, 70대> 3선


“이렇게 총 아홉 명이에요. 여기서 확실히 찬성표를 던지실 거 같은 분은 2동, 3동 대표님 이 두 분은 확실해 보여요. 일단 3동 레이첼 대표님은 저번 긴급 모임 때도 나오셔서 해임에 대해 강력하게 찬성하셨고, 지난 회의 때 아파트 앱 도입도 찬성하셨었고요. 그리고 저번 회의 때 방청객에서 보니까 2동 유유희 대표님이랑 가까워 보이시더라고요.”

“맞아요. 원래 이 두 분이 친해요. 이번 동대표도 두 분이 같이 나오셨고요. 명백화 님 예리하시네요!”

명백화의 분석에 유별라가 감탄의 박수를 쳤다.

“제가 공무원으로 30년 넘게 일하면서 얼마나 많은 민원인을 봤겠습니까? 딱 보면 척이죠. 그럼 지금 관계들을 토대로 대충 표를 나눠보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요?”

명백화는 다른 종이에 다시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찬성: 2동 유유희, 3동 레이첼

반대: 1동 안일해, 4동 오들갑, 6동 지건만, 9동 우길려

애매: 7동 박지새, 10동 추태자


“반대표가 확실히 더 많네요. 지건만 패거리가 확실한 사람만 해도 네 명이니 총 아홉 명 동대표 중 거의 절반이에요. 게다가 회장님은 투표권이 없으니 여덟 명 중에 절반이네요. 나 원 참!”

막상 적고 나니 더 기가 막히는 듯 명백화는 볼펜을 테이블에 툭 던지고는 팔짱을 꼈다. 그러자 정한이 다시 펜을 잡고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찬성: 2동 유유희, 3동 레이첼, 7동 박지새, 10동 추태자

반대: 1동 안일해, 4동 오들갑, 6동 지건만, 9동 우길려


“이렇게 되면 4 대 4 동률이라 마지막 투표권은 회장인 제가 행사할 수 있겠네요.”

“아 참! 회장님은 동률일 때 투표권이 생기죠? 근데…… 이렇게 될까요? 부녀회장님이랑 총무님 생각은 어때요?”

“저희가 이 아파트에 오래 살기도 했고 지금까지 이 인간들 관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데 제가 그려보면 이래예.”

진절희가 다시 종이와 펜을 가져가 쓰기 시작했다.


지건만 측근: 1동 안일해, 4동 오들갑, 6동 지건만, 9동 우길려, 10동 추태자

측근 아님: 2동 유유희, 3동 레이첼

애매: 7동 박지새


“우길려는 저번 회의 때 보셨죠? 그냥 무조건 우기고 반대하는 거. 그 사람은 지건만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합니더. 그라고 추태자는 조용해 보이지만 지건만 쪽이랑 노상 붙어 다녀요. 지금 동대표랑 감사까지 계속하고 있는데 감사는 할 줄도 모리고 무조건 도장부터 찍어삐는……. 물론 우길려 감사도 똑같지만예. 일단 3선 이상 역임한 동대표들은 다 지건만이 시키가 동대표 자리 연임하고 있는 거라 보시면 됩니다. 초선인 동대표들은 그쪽이랑은 관계없는 게 확실하고……. 근데 재선인 7동 박지새 대표는 저도 잘 모르겠심더. 이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예?”

부녀회장은 박지새 대표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부결돼도 괜찮습니다.”

“네? 회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사실, 이 투표가 가결 될 거라 생각해서 하는 건 아니에요.”

“아니, 그럼 굳이 왜…….”

정한의 말을 듣자 어벤저스는 모두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이 투표로 인해 애매한 박지새 대표 같은 분이 어느 쪽인지 확실해지겠죠. 그리고 2동, 3동 대표님들도 우리 쪽이 맞는지도요. 그분들도 우리의 추측이지 아직 불명확해요. 이번 투표 찬반 수만 봐도 거의 정확하게 판단될 겁니다. 전 사실 그걸 확인하고자 하는 게 더 커요.”

“그거만 확인해서 될까요? 그걸 확인해도 배 소장을 내보내지는 못하잖아요.”

“아니요. 나가게 될 겁니다. 반드시.”

어벤저스는 정한이 확신에 찬 미소를 보이자, 서로를 번갈아 쳐다보며 연신 갸우뚱할 따름이었다.




긴급 임시회의 개최.

“바쁘신 와중에도 임시회의에 참석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금일 참석자는 저를 비롯해 2동 유유희, 3동 레이첼, 4동 오들갑, 6동 지건만, 7동 박지새, 9동 우길려, 10동 추태자 대표님이시고 1동 안일해 대표님은 개인 사정으로 불참하셨습니다.”

“그 섀끼 그거는 이럴 거면 대표든 이사든 다 때리치아라 해라! 만날 빠질 거면 지가 이사는 와 하노? 지하창고는 정리하고 있긴 한 거가!”

내심 자신을 이사로 추대해주길 바랐던 지건만은 안일해의 약점인 지하창고까지 들먹이며 바카라상을 쳤다. 이사직을 빼앗긴 것 그리고 지난 회의 때의 말다툼으로 인해 그들의 관계는 이미 금이 갈 대로 간 상태였고, 그 금 사이의 있는 정한은 웃고 있었다.

“오늘은 사안이 사안인 만큼 배임각 소장의 참석을 배제하고 투표는 비밀투표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투표에 앞서 지난 회의 때 부결됐었던 아파트 앱 도입에 대해 재의결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파트 앱은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고, 주차 등록이나 중고거래도 가능해져 단점보다 장점이 많으니 동대표님들의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 건은 거수로 결정하겠습니다. 찬성하시는 분?”

2동, 3동 대표 둘이 가장 먼저 손을 들었고, 지건만이 손을 들자 그의 눈치를 살피던 동대표들이 일제히 손을 들었다.

“네, 그럼 아파트 앱 도입은 만장일치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땅땅땅!

“감사합니다.”

“하이고, 공 회장 첫 공약이 드디어 가결돼뿟네. 축하한다, 공 회장.”

자기가 힘을 써서 가결된 거라는 걸 짚고 넘어가기 위해 지건만은 정한을 향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다 여기 계신 동대표님들 덕분입니다.”

정한은 살얼음 같은 웃음을 보이며 내심 쾌재를 불렀다. 왜냐하면, 그가 이 앱을 어떤 용도로 활용할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 그럼 두 번째 안건인 배임각 소장의 해임 투표가 있겠습니다. 배임각 소장은 폐자전거 처분 비용 5만 원을 횡령 및 배임하였고, 근무 시간에 고스톱 게임을 하는 등 근무 태만이 심각합니다. 본 투표는 비밀투표로 앞에 있는 종이에 ‘O, X’로 표기 부탁드립니다. 해임에 찬성하면 동그라미, 반대하면 가위표를 해 주시면 된다는 얘깁니다. 저는 찬반 동률이 나오면 투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적막한 분위기 속에 모두 각자의 투표용지에 자신의 의견을 담기 시작했다.

“자, 그럼 개표하겠습니다.”



--------------------------

아파트 비리를 소재로 한 JTBC 드라마 <아파트>와 소설 <삼문동 봉주르 아파트>가 대한민국 절반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더 투명하고 살기좋은 아파트로 만드는 데 힘이 될 수 있길. 오서 작가

이전 08화자전거 도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