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문동 봉주르 아파트 1부: 아파트 재건축 전
“너 요즘 바쁜 거 같더라? 아파트도 뭔가 시끌시끌한 것 같고, 엘리베이터에 붙은 공고문 보니까 소장을 해임하니, 안일해를 해임하니 그런 거도 붙어 있고 말이야. 너 괜찮겠어?”
“그냥 뭐,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의외로 신경 쓸 게 많네. 지하창고 문제도 그렇고.”
“야, 그 사람 지하창고에서 용접도 한다며? 아파트 엄마들도 난리야. 미친놈 아니냐고.”
“알아. 곧 해결될 거야.”
“어떻게? 그거 몇 년 동안이나 아무도 해결 못 하고 있다던데?”
정한은 근래에 있었던 일들을 정해에게 말해주었다.
“역시는 역시, 공정한은 공정한이네. 연예인 걱정이랑 네 걱정은 하는 게 아닌데 내가 잠깐 미쳤었네. 내가 그랬지? 그 인간들 지금 잘못 걸린 거라고. 근데 양심선언 내용이 뭐야? 그 녹취 파일 나도 좀 들려주라. 재밌겠다!”
“나중에……. 아직 안심할 때는 아냐. 그 인간이 양심선언을 진짜 하려는 건지, 날 먹이려는 건지 확실히 확인은 해야 해. 조만간 조용히 만나기로 했으니까 그 후에 들려줄게.”
들떠 있는 정해와는 달리 정한은 차분한 어조로 대답하며 밥을 먹었다.
“다녀왔습니다. 어, 삼촌 와 있었네?”
“얼른 손 씻고 와서 삼촌이랑 같이 밥 먹어.”
마침 학원을 마친 지훈이 돌아와 정한을 보며 반겨주었다.
“삼촌, 이번 아파트 회의 때 나 또 가도 돼?”
“당연하지. 회의가 그렇게 재밌어?”
“응, 우리 토론 수업할 때랑 비슷해서 보고 있으면 재밌어. 그 ‘언더스탠’ 아줌마도 재밌고. 아 참, 나 곧 학교에서 토론대회 있는데 삼촌이 내 토론 좀 코치해줘. 저번 대회 때는 우리 팀이 졌지만, 이번엔 상대방이 찍소리도 못 하게 이기고 싶어!”
정한은 지훈의 웃는 얼굴을 흐뭇하게 바라보더니, 밥그릇에 반찬을 올려주며 말했다.
“지훈아, 토론은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하는 게 아니야. 토론이 이기고 지는 경쟁이나 시합은 아니라는 거지. 토론은 서로 다른 생각을 교환하면서 상대방을 설득하기도 하고 더 좋은 방법을 찾아가는 거야.”
“그래? 난 무조건 이겨야 하는 줄 알았어. 왜냐하면 토론대회 때 상대방이 하는 얘기에 대꾸를 못 하면 선생님께서 그 팀이 졌다고 그래. 반대쪽은 이겼다고 하고. 그래서 애들도 토론한다고 그러면 다 이겨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 지훈이는 이제부터 다시 기억하자. 토론은 이기고 지는 시합이 아니라, ‘더 좋은 방향을 찾아가기 위한 대화의 방식이다’ 라고. 알았지?”
정한은 고개를 끄덕이는 지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우리의 대화는 지금 얼마나 경쟁적인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고, 상대의 실수를 끄집어내어 입을 막아버리며, 내 말을 관철시키기 위해 혀끝으로 독화살을 쏘아대고 있지 않은가. 대화마저 ‘이겨야 한다’고 가르쳐온 어른들의 잘못이 떠오르자, 정한은 문득 지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올 때 배 소장이나 지건만 패거리랑 마주치신 분 없죠? 우리 모일 때 조심해야 합니다.”
“그나저나 안일해 대표 진짜 온대요?”
“오겠죠. 이렇게 녹취 파일까지 보냈으면 끝난 거지. 제가 이 녹취 파일 총무랑 들으면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진짜 가관이에요.”
아침 일찍 청학 북카페에 모인 어벤저스는 안일해가 보내온 녹취 파일에 들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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