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규 씨는 느낌을 잘 살리는 사람이다.
인명과 지명, 상호는 모두 가상의 이름입니다. 매 회차 첫 번째 이야기는 제가 여러 온라인 게임에서 겪은 실화이며, 두 번째 이야기는 빌런의 사연을 지어낸 픽션입니다.
**오늘은 욕설들을 별표로 모자이크 처리 하겠습니다. 그대로 쓸까 고민했지만 아마 성인이시라면 모자이크 처리해도 어지간한 건 읽히실 것 같아서요**
초등학교 4학년 때쯤으로 기억한다. 반 친구들은 A라는 친구의 주변에 쉬는 시간마다 모여들었고, A가 입만 열어도 즐거워했다. A는 실제 말을 맛있게 하는 친구이기도 했고, 욕을 자주 하는 친구이기도 했다. 지금 나이가 되어 그 당시 4학년 A를 바라본다면 "요즘 애들은 입에 욕을 달고 사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시 내 눈에는 그저 웃겼다.
그 친구는 누구와 싸우는 일은 없었다. 같은 반이던 1년 동안엔 본 기억이 없다. 그냥 친구랑 장난하듯이 말씨름이 시작되면 "***아 ** 진짜 짜증 나 너 ****. ** 뭐 어쩌라고 ****"라며 숨 쉬듯이 욕을 뱉어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들었을지도 모를 욕설들은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당시 친구의 욕은 흥미로웠고 머리에 쏙쏙 들어왔으며, 그 친구가 하는 말을 또래 친구들이 재밌어하다 보니 나도 배우고 싶었다. 어린 시절 나의 첫 욕은 그렇게 시작된 것으로 기억한다.
악의 없이 그냥 습관적으로 붙이던 욕은 나이를 먹으며 의미를 알고 나서도 한참을 버리지 못했더랬다. 지금 회사를 다니기 전에 아이들을 오래 가르치면서 일부러 신경 써서 줄였고, 길에서 욕을 격하게 뱉어내는 어른이나 청소년을 보며 거울치료를 받기도 했었다. 참 보기도 듣기도 안 좋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고, 거의 안 쓰다가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지인에게 털어놓을 때 또는 속으로 하는 정도로 줄어들었다. 욕은, 횟수가 줄어든 대신 분노, 허탈감, 짜증 등 부정적인 감정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 등.. 극한으로 열받았을 때 내 입술을 기어이 비집고 나오는 녹슨 송곳이다.
이날도 어떤 고객 때문에 입에 욕을 한 움큼 물고 겨우 삼키려던 중 다음 전화가 걸려왔다.
"감사합니다. 클린짱입니다."
"제가요. 그쪽 제품을 쓰고 있는데요. 하. 이게 어느 날부턴가 *나 속을 썩이는 거예요. 흡입도 *나 안 되고, 충전도 *나 안되고.."
"그러셨군요. 이용 중 불편드려 송구합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물건을 쓰다가 불편을 겪은 사람에게 사과하는 건 전혀 자존심 상하지 않는다. 그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전화를 통해 처음 마주한 사람에게 기본적인 예의도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별로 송구하지 않았다.
한층 더 짜증 나는 건 이 고객의 욕하는 방식이었다. 우리를 향해 욕을 퍼붓는 발언을 했다면 허울뿐인 멘트로 보호법을 운운하며 전화를 끊기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고객은 연신 나를 공격하기보단 제품을 공격하는 표현만 쓰고 있었다. **같은 제품이니, 작동이 *같이 안 된다느니. 거기다 대고, 고객응대 근로자 보호법을 운운하기엔 뭔가 한 끗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냥 내 귀가 더러워지니까 내 귀를 보호하기 위해 상담을 종료하는 것 밖에 안 되는 느낌이랄까. 결국 해당 고객의 욕설반 하소연반이었던 전화는 20여 분 만에 종료되었고 중간에 끊는 건 당연히 하지 못했다.
"아줌마! 여기 불닭 좀 *나 맵게 눈물 쏙 빠지게 3인분 주세요!"
"야 전규야 너는 진짜 대박이야. 네가 맵다고 하면 진짜 매운 것 같아. 욕을 해도 그렇게 찰지게 할 수가 없다!"
"크으 내가 또 말맛을 조져버리잖냐. 내가 하면 욕도 *나게 맛깔나지. **"
옆에서 다른 친구는 말했다.
"야, 그래도 너 정도로 욕하면 실수로 부모님 앞에서도 욕 나올 것 같다 크큭. 자제 좀 해."
"별 걱정을 다하네 이 새끼. **"
그는 어찌 보면 공평한 사람이었다.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누굴 대하든 욕을 섞어 말하고 그런 자신을 꽤 맘에 들어했고, 자신의 말투가 맛깔난다고 믿고 있었다.
"** 진짜 덥네. 슬슬 더워지기 시작하네 **. 냉장고도 시원찮고 청소기도 **같고 왜 이래 이거. 하나가 고장하니까 **같이 다른 것도 하나둘 문제가 생기고 **났네 이거."
그는 설명서에 큐알코드를 찍어봤지만 카지노톡에 연결되어도 계속 같은 안내 멘트만 나오고 잘 되지 않았다. 결국 전화를 걸었다. 상담사와 연결되고 나서 청소기에게 생명이 있기라도 했더라면 정말 자존심 상하고 상처받을 만큼 욕을 섞어가며 증상을 설명했다. 상담사는 카지노톡으로 증상 영상을 보내줄 수 있겠냐고 물어왔다.
"내가 *나게 기계치라 그냥 전화로 하고 싶은데. 안 돼요? 좀 전에도 *나 헤맸는데 아오 ** 막 짜증 나더라고요."
결국 상담사는 전화로 20여분 정도를 통화하며 접수를 해줬다. 그는 전화를 끊고 이기기라도 한 듯 으스대면서 말했다.
"거봐. 결국 카지노톡 안 해도 될 걸 괜히 *나 귀찮게 하려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