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진 씨는 영화를 보다 로망이 생겼다
인명과 지명, 상호는 모두 가상의 이름입니다. 매 회차 첫 번째 이야기는 제가 여러 온라인 게임에서 겪은 실화이며, 두 번째 이야기는 빌런의 사연을 지어낸 픽션입니다.
일하다 보면 '저 사람은 왜 저런 일에까지 발끈하지?'라는 생각을 곧잘 하게 된다. 그러다가도 내가 발끈하는 부분에 대해서 상대도 그렇게 느낄 수 있겠구나 싶어 생각을 정리할 때도 많다. 예전에 일했던 회사에서 어떤 고객이 '언니'라고 부르는 호칭에 크게 발끈하며 "내가 왜 지 언니야." 하고 중얼거리는 직원도 본 적 있다.
지금 회사에서는 고객에게 '언니, 선생님, 사장님' 등 갖가지 호칭을 듣게 될 때마다 동료 직원들에게 "나 방금 동생/제자/직원 생겼어요."등의 농담을 하며 넘기곤 한다. 한 동료 직원은 '아가씨'라는 호칭에 불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아가씨'라는 단어는 얼룩진 자신의 의미에 억울할 법하다. 어원을 보면 좋은 뜻을 가지고 있지만, 이제는 회사에서 여직원들에게 사용하는 게 금기시될 만큼, 변질된 뜻으로 쓰는 사람도 있다 보니 이해는 되더라. 이렇게 감정적으로 각자의 마지노선을 간직한 채 우리는 통화 한 번으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가며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비단 통화뿐 아니더라도 대화를 이어가는 모든 상황을 생각해 보면 같은 단어를 내뱉어도 자연스레 넘어가게 되는 사람이 있고, 유독 귀에서 소화시키지 못하고 체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 내가 상대의 말하는 톤에 예민하다 보니 더 그렇게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말에 담긴 가시도 곧잘 발라내는 편이다. 아가씨라는 말도 어떤 할아버지께서 "아가씨, 너무 친절하게 알려줘서 고맙습니다."라고 말씀하실 땐 오히려 뒤에 붙는 말에 집중하게 되며, 내 응대가 도움이 되셨음에 기쁘게 통화를 종료하게 되고, 어떤 고객이 "아니 아가씨, 방금 그 말은 제가 받아들일 수가 없는데요?"라며 응수할 때는 나를 존중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쓰는 호칭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이날의 통화는 최소한 나에게는 빌런이라 분류할 태도는 아니었다. 그저 '아, 이 사람이 정중한 사람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뿐.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감정을 줄 수도 있는 태도이기에 다룬다.
"감사합니다. 클린짱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제가 청소기를 쓰고 있는데요. 갑자기 안 되는데, AS접수를 어떻게 해야 해요 언니?"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바로 CS직원끼리 있는 메신저에 타이핑을 한다.
'방금 동생 한 명 생김.' 그리고 피식 웃으며 통화를 이어간다.
"증상이 어떻게 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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