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좋아하세요?

고진수 씨는 실수를 가급적 피하고 싶었다

by오싹
인명과 지명, 상호는 모두 가상의 이름입니다. 매 회차 첫 번째 이야기는 제가 여러 온라인 게임에서 겪은 실화이며, 두 번째 이야기는 빌런의 사연을 지어낸 픽션입니다.


꼬꼬무, 좋아하세요?

나는 수포자다. 사실 수포자'였'다고 과거형으로 말하고 싶은데 아직 수포자가 맞다. 국어 시간엔 척하면 착이었던 이해력이 수학 시간엔 아쉽게도 발휘되지 않았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 알아야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고, 국어시간과 수학시간의 나는 마치 다른 사람 같은 학습 능률을 보였더랬다.


"그냥 외워."식의 공부는 잘 되지 않았고 어찌어찌 학습을 이어가던 어느 날, 인수분해를 배우던 중이었는데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이미 귀띔이라도 해주신 것처럼, "자, 인수들을 곱해서 어쩌고 저쩌고" 하며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때 난 '인수'라는 개념이 낯설었다. 한참 고민하다가 용기 내서 질문했다.


"선생님"

선생님은 주로 죽은 듯이 가만히 있던 내가 질문을 하는 게 생경했으리라.

"어, 오싹이 말해봐라."

여기까진 괜찮았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생각하신 질문은 좀 더 수준 높은, 또는 지금 진행 중인 문제에 대한 질문이었나 보다.

"선생님, 그런데 '인수'를 왜 '인수'라고 하는 건가요? 그걸 알면 더 이해가 잘 될 것 같은데..."

아주 잠깐의 침묵, 그러나 꽤나 시끄러운 침묵이 이어지고 나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이 오싹아.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는 거야. 응?"

"???.. 네에.."

나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고, 그 후부턴 수학시간에 선생님이 들어오면 바로 엎드려 잠을 잤다. 나름의 반항이었다. 그땐 몰랐다. 나 한 명쯤 퍼질러 잔다고 해도 선생님 월급은 잘만 나오고, 오히려 맥 끊는 애가 잠들어서 본인 계획대로 수업을 진행했을 거라는 걸. 손해는 오롯이 내 몫이란 걸 몰랐다.


그때 내가 받은 무안함과 불쾌함에 대한 기억 때문일까. 나는 타인의 질문에 너그러운 편이다. 상대에게 실례되는 것만 아니라면 어지간해선 '음, 이런 것도 궁금할 수 있지.'라고 생각한다. 그게 고객에게도 적용이 되는 편이다.


웬만한 질문이 이어져도 내가 아는 선에서는 솔직하게 대답해주려고 한다. 그래야 우리 회사 매출이 오르기 때문이라는 애사심 같은 이유는 아니고, 물건 사는 사람 입장에서 좋은 점만 잔뜩 듣고 10~20만 원 지출했는데 설명에 없던 부분 때문에 불편을 겪으면 되려 우리 고객응대팀에게 화가 되어 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소비자 스스로도 기만당한 기분을 겪을 것이기 때문에, 1에서 100까지 다 알려주진 못해도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전화 건 고객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은 주로 아쉬워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알려주는 편이다. 최소한 '이 상담사가 나한테 솔직한 정보를 주려고 한다.'라는 느낌을 주는 것에는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하지만 최근 전화 수신 누락콜까지 관리하는 사내 분위기 속에서 친절을 위해 긴 시간을 할애하는 것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현명한 소비를 하고 싶은 마음에 예의를 갖춰서 물어보는 고객에게까지도 내심 조급한 마음으로 응대를 해야 하다니, 일을 하면서도 다른 일을 놓칠까 봐 조바심 가져야 하다니 이런 강제 워커홀릭행으로 인해서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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