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설레지 않는 이유

어른이 되어도 마음이 뜨거울 수 있을까

by오로보이

나이가 들수록 설레는 일이 줄어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연애도 그렇다.

소개팅을 나가도 예전처럼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딱 거기까지다.

“좋은 사람인 건 알겠는데 설레지는 않아요.”


일도 비슷하다.

예전에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는데, 이제는 먼저 현실적인 것부터 생각한다.

이걸 해서 뭐가 남을지.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

시간을 쓸 만한 일인지.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열정을 잃는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열정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마음을 너무 빨리 판단하게 된 것은 아닐까.


설렘은 좋아한다는 감각이다

나는 열정을 생각하면 불이 떠오른다.

열정(熱情)은 말 그대로 뜨거워진 마음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마음에 처음 불을 붙일까.


나는 그 시작을 설렘이라고 생각한다.

설렘은 거창한 감정이 아니다.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
조금 더 해보고 싶다.
다음이 기다려진다.

아직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는데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쉽게 말하면, 설렘은 내가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감각이다.


그런데 경험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이 감각보다 판단을 먼저 쓰게 된다.


사람을 만나면 내가 좋아하는지를 느껴보기 전에

괜찮은 사람인지 판단한다.

직업은 안정적인지.
성격은 잘 맞을지.
연애하면 힘들지는 않을지.


무언가를 시작할 때도 비슷하다.

재미있어 보인다는 생각 다음에 곧바로 현실적인

질문들이 따라온다.

잘할 수 있을까.
돈이 될까.
시간 낭비는 아닐까


물론 이런 판단은 필요하다.

경험이 있다는 것은 이전보다 위험을 빨리 알아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판단이 너무 빨라지면 문제가 하나 생긴다.

좋아할 시간도 함께 사라진다.

마음에 불이 붙기도 전에 끄는 것이다.


좋아한다고 열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설레는 모든 것을 따라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설렘은 열정의 시작이지, 열정 그 자체는 아니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감이다.


교감은 조금 어려운 말처럼 들리지만,

내가 생각하는 뜻은 단순하다. 통한다는 감각이다.


사람을 좋아해서 만나봤는데 이상하게 대화가 통한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했을 때 상대의

눈이 반짝인다. 내가 한마디를 던졌는데 상대가 알아듣고 자기 이야기를 돌려준다. 혼자 좋아하던 마음이 둘 사이를 오가기 시작한다.


일에서도 비슷하다.

글을 쓰는 것이 좋아서 시작했는데 어느 날 내가 쓴

문장이 정확히 마음에 들어온다.

운동을 시작했는데 몸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그냥 좋아서 시작했는데, 내가 건넨 것에

무언가가 돌아오기 시작한다.

‘아, 이게 나랑 통하는구나.’

그때 좋아하는 마음은 조금 더 오래 머문다.


그래서 나는 열정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마음과 통하는 감각.


설렘이 불씨라면, 교감은 그 불을 이어주는 장작이다.

설레기만 하고 아무것도 주고받지 못하면 마음은

금방 식는다.


반대로 잘 통하지만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면 편안할 수는 있어도 마음이 뜨거워지지는 않는다.

좋아하고, 통할 때 우리는 비로소 마음과 시간을 쓰기 시작한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열정이다.


뜨거운 것은 반드시 식는다

그런데 열정에는 피할 수 없는 성질이 하나 있다.

뜨거운 것은 반드시 식는다.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도,
새로운 일을 시작했을 때의 흥분도,
처음 무언가를 만들어냈을 때의 기쁨도

계속 같은 온도로 유지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종종 그때 불안해진다.

“예전만큼 설레지 않는데 이제 안 좋아하는 건가?”

“요즘 재미가 없는데 이 일이 나랑 안 맞는 건가?”


그래서 다시 뜨거워지려고 애쓴다.

더 특별한 데이트를 하고,
새로운 자극을 찾고,
더 큰 목표를 만든다.


하지만 어쩌면 중요한 것은 계속 뜨거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불이 조금 잦아든 뒤에도 서로 통하는 것이 남아 있는가.


그것이 더 중요하다.


설렘이 줄어든 자리에서 대화가 남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남고,
서로를 조금 더 알게 된다.


좋아한다는 감정만으로 시작했던 관계에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구체적인 모습들이 쌓인다.


그러면서 열정은 조금씩 다른 것으로 넘어간다.


나는 그다음 감정을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요즘 무언가에 예전처럼 설레지 않는다면,

내가 열정을 잃어버린 사람이라고 단정하지 않아도

된다. 먼저 두 가지를 물어봐도 좋다.

나는 요즘 무엇을 좋아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과 제대로 통하고 있는가.


열정은 뜨거워지려고 애쓸 때보다,

좋아하는 것과 충분히 교감할 때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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