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곁이라는 선물
뜨거워서 여름이 공실 된 자리
까맣게 타서 빈칸으로 남으니
바람이 헤집고 들어가
자기 집으로 만들어
솜사탕처럼 윗몸을 일으켜
사람들이 살 만하다며
헤벌쭉거리고
신난 바람을 머리에 이다
여름을 데려가는 바람이
퍼즐을 맞추면
가아을이 입성한다
귀뚜라미가 지휘하고
풀벌레 합창단이 노래 부르면
거미도 실타래를 계속 풀고
답례로 뜸 들이는 밥솥의 김처럼
이슬이 왈츠를 춰준다
겨드랑이에 붙는 바람
등짝으로 밀리고
살랑살랑 눈웃음은
창밖에 지도를 펴고
벌써 산하를 그리고 있으니
바람 타려고 술렁이는 게다
* 하룻밤을 자면 새벽이슬 맺힌다는 백로
모기 입이 삐뚤어져야 구슬 같은 이슬이
또르르 제자리에 앉을 수 있는가 보다.
바람은 그림처럼 이런 모습을 하고서
찾아오는지 모르겠다. 무더위를 기습한
장군의 여유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