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곁이라는 선물
실바람마저 졸고 있는 골목에
엊저녁의 반찬 냄새가 기웃거린다
하루를 가방에 담았으나
걸음은 더뎌지고
모기보다 독한 놈이
발바닥을 물어뜯었다
굵게 부풀어 오른 상처
엔간히 찔러 대지 않고
욕을 먹는다
저만치서 지난했던 봄이
마른 흙을 밀쳐내고 있으니
초록 피의 향내는 코끝을 꼬셔
내민 가슴 핥아주고 머물게 하다
늦춘 여름 걸음 쉬어주게 하고
뽑힌 잡초더미 초록이 터지는 냄새에
마음이 반하려고 하니까
몸이 얼른 반응해 버리네
하루 중의 반 이미 써버린 이들
쉬어가게 하려고 바짓가랑이 잡아끈다
* 잡초가 뽑혀서 초록 향내를 내어주는 대신에 돌멩이처럼 생긴 고형 비료를 놓아주다. 잡초 안에 숨겨진 비밀이 초록 꿈틀이들 여서 이미 베어져 있어도 살아있는 향이 진동한다. 어쩌면 이것이 흙을 움켜쥔 묵묵한 고집을 내려놓는 향일 수도 있겠다.
* 아침에 읽은 동시는 닮은 사람들과 나눠 보고 싶다. 그리고 내 싯를 줄여야겠다.
이 시구는 사실 아침에 있었던 이야기를 응집했어요. 오후에 남아서 돌봄 학습하는 아이가 부모의 이혼 문제가 놓인 가운데 수업료가 밀린 겁니다. 담당 실무사 선생님은 교육비 관련 일도 맡았는데 이 아이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이름을 보고는 여아인지 남아인지 구별이 되지 않으나 오 학년이라고만 알고 계셨고 돈 문제여서 아이를 건드리지 않아야 했죠. 결코 짧은 편지를 프린트해서 아이에게 건네 주기로 했어요.
아이의 모친은 담임 선생님한테 지난달 이혼 조정 절차 중이라고 연락을 취했다고 하는데 요즘은 전화받지 않는다고 해요. 수업료는 1년에 4분기로 분납되어 3개월 치 1분기 학비가 우스리 빼고 15만 원에 상당하는 금액입니다. 아이는 학교 오갈 때마다 말 못 하는 무거움을 짊어지고 오겠지요. 우리 때는 육성회비가 있어서 제때 내지 못하면 교무실로 불려 가고 다른 과목 선생님들이 비웃는 말을 했어요. 심하면 더한 체벌도 있었답니다. 이 아이를 대해줘야 하는 선생님의 바른 태도에 감사를 가졌습니다. 아이가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