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지는 줄 알았다.

나는 알지 못했다.

by묘유

나는 아이의 고통을 느끼기보다

사실을 확인하려 했다.


“어떻게 힘들게 하는데?”

“엄마, 다 알잖아.”

나는 알지 못했다.



* 이 시리즈의 각 에피소드 말미에는

'상담사 엄마 노트'가 함께 실립니다.

이야기 속 신호들을 조금 더 빨리 알아채고,

함께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적어봅니다.


“하나, 둘 하나, 둘 형 봐.

어깨 더 펴고 배에 힘 딱 주고...”

큰 아이가 둘째를 돌보기 시작했다.


나란히 누워서

다리를 들어 올리는 두 아들,

오래 굳어 있던 내 얼굴의 그늘들이

이제 그만 내려오고 싶어했다.


닭가슴살, 아보카도, 연어

휴대폰에 큰아이가 짜놓은 식단과

필요한 것들이 하나씩 올라왔다.

난 그저 그것을 주문만 해주면 되었다.


음식을 해 두면 큰 애가 가져가

둘째와 자신의 접시에 나누어 담았다.


“남기지 말고, 운동하면서 몸 만들려면

먹는 게 받쳐줘야 해.”


늘 무언가를 대비하느라

꼿꼿이 날 세우던 척추들이

그제야 아래로 가라 앉았다.


끝없이 몰아치던 날들에서

이제야, 긴 숨을 놓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자기 길마저 엇박을 걷던 큰아이가

어느새 둘째의 걸음까지 살피고 있었다.


이른 아침 두 아이의 방문이 열리고

함께 아파트 독서실, 헬스장

그리고 집을 다녀갔다.


큰아이는 든든했고,

둘째를 바라보던 내 마음도

조금씩 굳은 자리를 풀어갔다.


운 좋게 저렴한 거주비로 지낼 수 있던

신축 아파트의 창으로는

새벽마다 붉은 해가 떠올랐다.


장을 보러 나갔다가 꽃을 한 다발 사 와

식탁 위 화병에 갈아 꽂아두기도 했다.


이토록 단조로운 나날들 속에 조금만

더 오래 머물고 싶었다.




새로 전학 온 학교에서 일어난 그 일은

과거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둘째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


학폭위의 그 차가왔던 사실검증 질문들.

“그 애들은 왜 너를 괴롭혔을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나요?”

폭력을 당한 아이 앞에 이번에는

이유를 묻는 질문들이 놓였다.


우리는 아직 낫지 않은

상처를 억지로 봉합하기보다

학업숙려제로 치유의 시간을

좀 더 갖기로 했고

그렇게 고등학교 입학준비에 올인하기로 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묘유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고통을 통과해 마음에 닻을 내리고 영혼에 닿아지는 글을쓰고 싶습니다. 고통을 듣고 함께 건너는 일을 소명으로 합니다.

60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4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7화만 명의 우울, 만 가지 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