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챔은 빨랐다.
나는 매일 자살위기를
경험하는 내담자들을
마주하는 고위험군 전문 심리상담사이다.
하지만, 단지, 안다는 것으로
나는 무엇을 바꿀 수 있었을까?
** 이 시리즈의 각 에피소드 말미에는
'상담사 엄마의 노트'가 함께 실립니다.
놓치기 쉬웠던 신호들,
뒤늦게야 알게 된 것들을
나누어, 당신은 조금 더 빨리 알아채고
대처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적어봅니다.
알아챔은 빨랐다.
큰 아이는 옥상에서
둘째 아이는 베란다 난간에서
생의 바닥을 끝내려 했다.
나는 매일 자살위기를 경험하는
내담자들을 마주하는
고위험군 전문 심리상담사이다.
하지만, 단지, 안다는 것으로
나는 무엇을 바꿀 수 있었을까?
여자아이에게 맞아도
울기만 하던 큰 아이는
유치원시절부터 다툼이 일어나면
꼭 이겨야 직성이 풀려했다.
온 가족이 보호해야 할 여린 존재이던
둘째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아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
전 남편이 집안의 집기들을
박살낼 때 마다
부서진 내 인생보다 아이들에게
미칠 상흔이 더 두려웠다.
큰 아이의 공격성이 더 커지기 전에
눌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이유 같은 것은 묻지 않았다.
서로 다투다가 다른 아이의 얼굴에
모래를 뿌린 큰 아이를 질질 끌고
집에 들어가 장난감을
모두 쓰레기통에 버렸다.
상담자로서의 무조건적 존중과
공감따위는
아이의 공격적 행동 앞에
적용할 수는 없었다.
둘째 아이의 가해자들이 어리다고
용서해 줄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경찰에 신고했고 주된 가해자 아이는
전학을 갔지만 그 부모는
내게 사과편지에서
"사실로 밝혀지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민.형사상의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며
도리어 협박했다.
화장실에서 팬티를 벗기고
여러 아이들이 몰려 다니며 별명을 부르며
놀리고 괴롭히는 그 이야기들을
초등학교 1학년인 나의 아이가
모두 지어낸 것이란 말인가?!
잔뜩 힘을 주고 편지를 붙들어 읽던
손가락에 분노의 경련이 일었다.
하지만, 그 가해 아이에게
큰 아이가 겹쳐 보였다.
그리고 아직은 그 가해아이도
너무 작은 아이라고 생각했다.
"저희 아이가 발달장애라
부족한 점이 많아요"
큰아이의 초등학교 시절 받은 전화였다.
줄서기라는 개념이 없던
그 아이는 급식실에서 새치기를 했고
발달장애라는 개념이 없던 큰 아이는
그 아이를 같은 수준으로 생각하고 밀치다
다툼이 된 상황이라 들었다.
그 아이도, 어쩌면 내 아이도,
자신을 설명할 언어가 없었던 것이었을까?
상담자라면 가해자든 피해자든
그 입장을 듣는 것이 우선인데
큰 아이의 공격성이 나아지지 않은 것은
내가 그의 입장을
너무 듣지 않았던 이유일까?
"왜 우는 아이만 피해자가 되는거지?"
아이가 또 다른 아이랑 다투고 학교에서 전화를 받았던 날,
상호다툼으로만 이야기를 전해들었던
나는 이번에는 큰 아이의 입장도 이해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다.
"그 애 엄마들이 나랑 놀지 말라고 했데.
그래서 너무 화가 났어."
아이들 앞에서 캐리어를 집어던진
전 남편과의 첫 별거 후,
이사갔던 작은 빌라의 동네
장거리 출퇴근을 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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