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진행형입니다.

명확한 실선은 없다.

by묘유

“엄마 나 레슨받는 시간인데,

불편해. 안 나가?”

“**야 너 레슨 받을 때마다

엄마가 나갈 순 없어.”


나는 더 이상 아이의 선에

모든 것을 맞추지 않기로 한다.


아이는 머쓱한 표정을 짓더니

“어차피 헤드셋으로 하긴 해.”

하면서 방으로 들어간다.


열린 문틈 사이,

화면을 가른 선 너머로

선생님의 얼굴, 이편엔 아이의 뒤통수뿐이다.


또 다른 선 앞에서 아이는 다른 얼굴을 한다.



문제지를 흔드는 아이의 목소리가 가볍다.

“공부 안 하고 그냥 풀었는데 92점 맞음!”


큰 아이가 눌린 머리인 채로, 방에서 나온다.

“밥 먹고 스터디 카페 갈게.”


둘째의 시선이 형이 선 쪽

반대 방향으로 슬그머니 비껴난다.


나는 형제를 나란히 식탁으로 앉게 한다.

식탁 위를 오가는 수저 부딪히는 소리,

밥그릇이 덜그럭대는 소리가 유난히 크다.

두 형제는 각자의 선을 넘지 않고 밥을 먹는다.


덜그럭거리는 소리들 사이로

큰 아이가 먼저 말을 놓는다.

“공부는 하고 있냐?”

둘째의 시선은 여전히 밥알 끝이다.

“응.”

“결정한 거 잘해봐라.”


나는 부러 모른 척 아이들에게

등을 보이고 서서 바

지런히 주방 정리를 한다.



둘째와 강사 매칭 체험 클래스를

받으러 가는 날,

현관에서 신발 끈을 매는

둘째의 손이 바쁘다.


내가 따라붙기도 전에 그 발끝은

이미 현관 밖을 넘어서 있다.

올라가는 입꼬리를 자꾸만 다잡는 아이,

어깨를 부러 부풀리고 있다.


클래스 테스트를 위한 문이 닫히고

입시 브로셔를 보는

내 손끝이 가늘게 떨린다.


마음이 자꾸 닫힌 문의 선을 넘으려 한다.

나는 튀어 오르려는 몸을

그 선 밖에 가만히 눌러놓는다.


브로셔를 넘기는 손끝이 차분해질 즈음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묘유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고통을 통과해 마음에 닻을 내리고 영혼에 닿아지는 글을쓰고 싶습니다. 고통을 듣고 함께 건너는 일을 소명으로 합니다.

601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5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4화각자의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