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월급날

금융치료

by필력

숨을 쉬기 힘들 땐 깊게 호흡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숨을 내쉰다. 다섯 번 반복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숨을 내쉴 때 의도적으로 조절하여 숨을 잡고 있다가 천천히 숨을 밀어내듯 조금씩 밖으로 내쉰다.


절대로 얕은 숨처럼 짧게 짧게 내쉬면 안 된다. '후. 후.' 가 아니라 '흡, 후~~~ 후~~~ 후~~~ 후~~~~'이다. 이 숨의 장점은 분노와 화를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것은 살기 위해 내가 터득한 숨쉬기 방법이다.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이것을 하루 종일 해야 하는 것이다. 마치 숨을 쉬기 위해 사는 사람처럼 말이다.


어린이집에 출근 전 시간에는 온통 숨을 쉬느라 힘들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처럼 공기라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 출근하고 몰입하면 증상이 없다.


끊임없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아이들이 나의 공황을 잊어버리게 만든다.


어린이집에 딱 하루 근무하고 나는 도망갈 생각을 했다.


원장님께 더 이상 일을 못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래도 맡은 바카라임이 있으니 출근은 계속했다. 어린이집 특성이 그렇다. 그만두겠다고 해서 아예 다음날부터 안 가면 되고 그런 온라인 게임이 아니다. 그래도 후임자는 구해줘야 한다.


그만두겠다고 말한 다음날 원장님은 조용히 나를 부르신다.


"선생님 일단 사람이 안구해지네요. 청소도 하지 마시고요. 휴게시간도 잘 갖도록 퇴근시간도 조절합시다."


좋은 소식인 것이다.


원래 4시간 30분을 근무하면 30분을 휴게시간을 줘야 한다. 그런데 출근 첫날은 엉덩이 한번 못 붙이고 일하다가 청소하고 퇴근하니 거의 5시간 근무가 돼버린 것이었다.


원장님이 어찌 파악을 하시고 그 부분을 조정해 주신 것이다.


화요일부터 조정된 데로 근무하니 조금 덜 힘들었다.


그렇게 일주일 이주일 근무하니 조금 나아졌다.


일하는 시간은 아이들의 안전에 신경 쓰느라 공황증상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마지막 아이가 하원하고 어린이집 문을 나서면


'아. 오늘도 열심히 살았구나.'란 기분 좋은 뿌듯함이 몰려왔다.


사람 구하라고 했던 말은 어영부영 없던 일이 돼버렸다.


그렇게 숨을 고르며 지냈던 하루하루가 지나니 어느 날 월급이 딱 통장에 들어왔다.


아주 큰 글씨로 확대한 것처럼 통장의 금액이 보였다. 하루하루 공황과 싸우며 일해서 받은 돈이라 그런지 금액을 떠나 소중하고 기뻐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어차피 생활비로 쭉쭉 빠져나갈 돈이지만 왠지 모르게 히죽히죽 웃음이 나왔다.


일하는 내내 주머니에 돈을 지참하고 일하는 것처럼 부자가 된 것 같았다.


공황증상으로 힘들어서 그만둔다고 생떼(?)를 부린 덕에 오히려 일의 강도를 조절해 주셔서 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전 같으면 나의 힘듦을 무시하고 참기만 했을 것이다.


그래야 인정받는다고 생각했다.


참다가 참다가 빵 터지기 일쑤였다.


물론 지금은 교실청소도 잘하고 아이들이 늦게 하원해서 퇴근시간이 조금 초과하기도 한다.


그런데 희한하게 힘들다고, 못하겠다고 털어놓으니 일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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