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이 민원을 대하는 자세

일단 출근

by필력

공황이 있는 사람이 악성 민원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민원은 공황증세를 악화시키는 원흉이다.


당연히 숨이 가쁘고 힘들다.


그 민원인과의 대면했던 일이 필름처럼 계속 돌아간다.

집에 있어도 집에 있는 게 아니라 계속 일터에서 일어날 일들, 일터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생각하느라 출근하기 전까지 진이 다 빠진다. 겨우 4시간 근무인데 나는 24시간 근무한 것처럼 힘들어 죽겠다.


'어떻게 해야 민원이 없을까.'

'너무 심한 거 아니야'기타 등등...


민원이 괴로운데 더 괴로운 건, 나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 생각은 끊어지려야 끊어지지가 않는다.


그저 출근 전까지 가쁜 숨을 몰아 쉴 뿐이다.


그렇게 괴롭다가 든 생각은 '에잇, 이렇게 괴로울 바에는 온라인 게임을 그만두자.'란 생각에 도달한다.


늘 그랬다. 그러면 즉시 괴로움이 해결되니 말이다.


마치 수학공식처럼 늘 그렇게 살아왔던 나의 삶의 방식이다.


그러니 내 능력에 비해 무언가를 꾸준히 해보지 못한 것이다.


그 어떤 일도 세월과 꾸준함이 필요한데 늘 이런 식으로 도망가는 사람이었다.


공황은 나의 이런 성격을 빠른 시간 안에 부추겼다. 나의 인내심을 더욱 없게 만든 게 공황이기도 하다.


그렇게 공황은 내가 참을 수 없는 한계를 바로 바로 알려주는 센서등이 되었다.


' 아. 숨을 쉴 수 없어. 도망가자.'


그런데 말이다.


일단 도망가는 걸로 '킵'해놓고 말이다. 출근 전까지 가쁜 숨을 몰아쉬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일단 출근은 하는 것이다.


일단 출근하는 것이다.


일단 출근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어제와 반복되는 일상 속에 나는 몰입을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숙제 '민원인과의 대면'이라는 일이 남는다.


민원인과 대면하기까지 많은 구시렁거림과 짜증이 마음을 어지럽힌다.


그래도 해야 한다.


그리고는 나는 최대한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담백하게 대하려 애쓴다.


대부분 민원인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화가 난 이유를 설명하고 싶어 한다. 알아주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 모습이 꼴 보기 싫고 납득이 안되니 민원인으로 카테고리 분류를 해 논 것이다.


대면할 때는 나의 선입견과 판단을 내려놓고 그의 말에 집중한다.


이미 설득이나 화해는 글렀다. 그들의 목표는 그들이 화난 것에 대한 공감일 뿐이다.


옳고 그름은 물 건너간 것이다.


나의 의견은 조금도 가미하지 않고 민원인의 말을 듣고 듣는다.


그러다보면 살짝 누그러진 민원인의 모습이 보인다.


민원인이 누그러진 만큼, 내속은 페스츄리 빵처럼 한겹한겹의 화가 쌓이는 기분이다.


어쨌든,


그렇게 대면을 끝냈더니 말이다.


'휴~~~'하고 한숨이 나온다.


마치 기승전결의 드라마를 끝낸 것처럼 마지막 회를 찍은 기분이다.


그렇게 한고비를 넘겼다. 일단 출근하고 말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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