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숨었니. 보고 싶다, 친구들아

#낭독 은수빈 #내가 술래가 되면 #내 영혼 바람되어 #6.25전쟁

by은수빈
은수빈 낭독


난 언제나 술래였지

가위바위보를 못해서

달리기가 꼴찌라서

높은 곳이 무서워서


난 언제나 술래였지

눈 감고 백까지 세면

똑같은 풍경화 속에

나 혼자 남아 있었지


내가 술래가 되면

온 동네를 찾아다니다

산 밑까지 뛰어갔다가

집에 오는 길을 잃어버렸지


단풍나무 그늘 아래 여긴가

산등성이 돌탑 뒤에 여긴가

휘파람이 들리는 곳 여긴가

다 어디 숨었니 해 떨어지는데


종이 접어 비행기를 날리고

작은 신발 구겨 신고 웃었지

바카라갈피에 그림 한 장 품고서

다 어디 숨었니 해 떨어지는데


다시 술래가 되어

난 아무도 못 찾았는데

꽃은 또 피고 눈은 또 내려

소복소복 많은 날이 지나버렸어


어딘가 살아 있다면

그래서 여기 없다면

나에게 소식 전해줘

나 여기 있을게 밤 깊어가는데


혹시나 길을 잃어서

잠든 채 숨어 있다면

이제는 나타나 줘

집에 가야지 밤 깊어 가는데


내가 술래가 되면 / 뮤지컬 '귀환' 중에서




승호는 언제나 술래였습니다. 해는 이미 떨어졌는데 숨어있는 친구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친구들을 찾아서 온 동네를 찾아다니고 산 밑까지 뛰어갔다가 집에 오는 길을 잃어버렸어요. 아무리 꼭꼭 숨었다가도 다음 날이면 나타나던 얼굴들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친구들이 돌아오지 못한채 꽃이 피고 눈이 내린 지 50년입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술래잡기 놀이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창작 뮤지컬 '귀환'에서 주인공 승호가 친구들을 애타게 찾으며 부르는 곡입니다.


뮤지컬 '귀환'은 6.25 전쟁 당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6.25전쟁에 참전했던 승호는 전사한 전우들의 유해를 찾아다닙니다. 단풍나무 그늘 아래 여긴가, 산등성이 돌탑 뒤에 여긴가, 휘파람이 들리는 곳 여긴가...



https://www.youtube.com/watch?v=EJ3wwSZ7kig

뮤지컬 '귀환' 중에서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부모형제와 나라를 지키던 용사들, 참혹한 비극의 현장에서 유일하게 의지하던 전우들을 하나둘 보내며 자신도 그 뒤를 따라가야 했던 꽃다운 나이의 청년들이 마지막 순간에 떠올렸을 얼굴과 부르지 못한 이름들이 점점 희미해집니다.


사람이 죽고 사는 일이 하늘이 정하는 일이라 해도, 두려움과 고통으로 마지막 인사하고 다른 세상 가는 길 얼마나 무서웠을까. 슬픔으로 바스러진 차가운 파편, 두 손으로 모아 마지막 흔적 어루만지며 넋이라도 달래줘야 하는데 그조차도 할 수가 없습니다. 가는 시간이 야속하고 안타깝습니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산들바람, 그 바람결에 실려 고요하게 노래가 들려오면 좋겠습니다. 편안하게 안식에 든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럴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찬란히 빛나는 눈빛 되어, 곡식 영그는 햇빛 되어, 하늘한 가을비 되어, 밤이 되면 저 하늘 별빛 되어 부드럽게 빛나고 있다고 전해오면 좋겠습니다. 그날이 어서 오면 좋겠습니다.



그 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곳에

잠들지 않았다오


그 곳에서 슬퍼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게 아니라오


나는 천의 바람이 되어

찬란히 빛나는 눈빛 되어

곡식 영그는 햇빛 되어

하늘한 가을비 되어


그대 아침 고요히 깨나면

새가 되어 날아올라

밤이 되면 저 하늘 별빛 되어

부드럽게 빛난다오


(후략)


내 영혼 바람되어 / 김효근 작사, 작곡



https://www.youtube.com/watch?v=uuePO6zMcWk

내 영혼 바람되어 / 최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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