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틈에서 바람이 불지

by민비

어쩌면 말이야,
시월은 아름다운 슬픔 같아


하늘에서 떨어진 가을은

어깨에 내려앉고


나를 대신해서 불러주는

바람의 노래는 참 쓸쓸해


똑같은 음악을 듣고
똑같이 설레고
똑같이 슬퍼지던 기억


너와 내가 만든 기념일은
하얀 운동화에 묻은 얼룩이 되어
빨아도 작은 흔적을 남기고


너로 인해 찬란하게 빛났다가
너로 인해 초라해진 날들은


종이에 베인 손가락처럼

볼 때마다 자꾸 건드리게 돼


툭하면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가을인데
어느 틈에서 바람이 불지 어찌 알겠어


다만, 오늘은
코스모스를 따라 천천히 걸어봐야지

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