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사진

by민비

수첩을 찾느라 오랫동안 열어보지 않던
장식장 맨 아래 서랍문을 열었어


마구 뒤엉켜 정리하지 못한 사진이며

상자에 담겨 누렇게 변한
학창 시절 친구들과 주고받던 편지들


귀퉁이가 찢긴 고등학교 졸업앨범을 펴니

한동안 잊고 지냈던 친구들 얼굴이

흐릿하지만 아련하게 피어오르더라


돌이켜보면 우리들이 처음 만났을 무렵은
참으로 어여쁜 시절이었어


길거리에서 재잘거리며 걸으면
어른들은 우릴 보며 부러운 듯 말씀하셨지

참 좋은 나이로구나


그땐 이해가 안 됐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거든


부모님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싶었고

용돈이 생기면 친구들과 마음껏 여행도 하며


수첩에 빼곡히 적고 그려놓았던

멋진 이상형과 행복한 결혼을 꿈꾸었지


그런데 철없을 때가 좋았지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생각처럼 세상이 만만하지는 않아


사랑해서 한 결혼도 글쎄,
꿈꾸던 것만큼

마냥 좋았다고는 말 못 하지


어느 시인의 말처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조금 더 행복했을까,

아니면 그대로일까


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