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친은 질투하지 않는다
나보다 한 살 어린 어른
6화
남사친은 질투하지 않는다
모르는 번호와의 통화를 끝내자마자 강태헌에게서 걸려온 전화가 또 울렸다.
해원은 화면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조금 전 자신이 보낸 메시지.
남자.
딱 두 글자.
장난으로 보낸 말이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컸다.
전화는 한 번 끊겼다가 곧바로 다시 걸려왔다.
해원은 이번에도 받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메시지를 보냈다.
일하는 남자.
몇 초 뒤 바로 답장이 왔다.
일하는 남자면 괜찮고 안 일하는 남자는 안 괜찮냐?
해원은 피식 웃었다.
너 지금 뭐 하냐?
곧 답이 왔다.
질문하는 거 안 보여?
해원은 더 웃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바로 답해주기로 했다.
광고 미팅 제안 들어와서 통화했어. 내일 보재.
이번에는 답장이 조금 늦었다.
무슨 광고.
아직 자세힌 몰라. 50대 여성 역할이래.
또 잠시 침묵.
그다음 온 메시지는 짧았다.
가봐.
너무 짧아서 오히려 이상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전화를 두 번이나 걸어놓고 갑자기 가보라니.
해원은 장난스럽게 보냈다.
왜. 질문 끝?
곧 답이 왔다.
아니. 끝나고 보고.
해원은 화면을 한참 들여다봤다.
끝나고 보고.
무슨 상사도 아니고, 무슨 보호자도 아니고, 무슨 남자친구는 더더욱 아닌데.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이 싫지 않았다.
알겠어.
해원이 그렇게 답하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았을 때, 입가에는 자기도 모르는 웃음이 남아 있었다.
다음 날 미팅 장소는 청담동의 조용한 카페였다.
해원은 약속 시간보다 십 분 일찍 도착했다.
유리창에 비친 자기 모습을 한 번 살폈다.
과하지 않은 화장. 단정한 블라우스. 베이지색 바지. 굽이 높지 않은 구두.
너무 꾸민 티는 나지 않게, 그렇다고 성의 없어 보이지 않게.
이 나이에도 이런 약속 앞에서는 마음이 조금씩 조여 왔다.
할 수 있을까.
괜히 나갔다가 상처만 받는 건 아닐까.
그때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강태헌이었다.
도착했어?
해원은 웃었다.
어떻게 알고 지금 연락해.
감으로.
감은 무슨.
끝나면 연락.
해원은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문을 열고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해원 씨?”
해원은 고개를 들었다.
생각보다 젊었다. 마흔 초반쯤 되어 보이는, 깔끔한 인상의 남자였다.
“네.”
“안녕하세요. HS프로덕션의 최준서 팀장입니다.”
그는 명함을 건넸다.
말투도 차분했고 시선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처음부터 자신을 ‘배우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괜히 기대만 부풀리는 사람 같지 않았다.
“프로필 잘 봤습니다.”
해원이 조심스럽게 웃었다.
“프로필이라고 할 것도 별로 없는데요.”
“오히려 그래서 좋았어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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