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갈망
-오늘 빗방울을 카메라에 담았어.
경준이 채팅방에 올린 글이었다.
인희는 그 문장을 한참 바라보았다.
-잎들이 빗방울을 머금으니 생기가 돌더라.
이어진 글에 그녀의 눈이 조금 커졌다.
‘생기.’
그 단어가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인희는 잠시 생각하다 답장을 보냈다.
-음… 그래서?
잠시 후 답이 왔다.
-내게도 그렇게 생기가 돌 만큼 무언가가 있을까.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갈망이 느껴졌다.
무언가를 찾고 싶은 마음.
인희는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글쎄… 자신이 원하는 일을 누군가 인정해 줄 때 아닐까?
조심스럽게 위로를 건넸다.
-그런데 인정을 받지 못하면?
인희는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그러면 메마르지 않게 또 다른 빗방울이 내릴 거야.
스스로도 조금 괜찮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위로가 되겠지.'
하지만 경준의 답은 예상과 달랐다.
-내가 풀이면? 빗방울이 떨어져도 커질까 두려워서 뽑아낼 잡풀이면?
인희는 순간 표정을 굳혔다.
-그렇게 생각하면 결국 자격지심만 남아.
답장을 보내면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애써 건넨 위로가 피어나기도 전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때 경준이 다시 말했다.
-그렇지. 나 좀 부정적인 것 같아. 이제 6개월 후면 내 앞가림을 해야 하잖아. 부모님께 실망을 드리면 안 되고.
인희는 그 말에서 고3이라는 무게를 느꼈다.
어쩌면 자신이 너무 쉽게 판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경준이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근데 내 친구 하진이라고 있는데, 꿈이 정신과 의사거든. 그런데 어제 흉가에 갔대.
흉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에 인희는 웃음이 났다.
-왜 갔대?
-잠시라도 귀신을 만나보고 싶었다나 봐. 근데 알고 보니 흉가가 아니라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었어. 그 집 아저씨가 빗자루 들고 쫓아왔는데, 맞으면서도 귀신인 줄 알았다더라.
인희는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럴 수도 있지. 공부에 짓눌리면 잠깐 다른 곳으로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잖아.
하지만 이어진 경준의 말에는 또 웃음이 났다.
-걔는 정신과 의사를 한다는 놈이 귀신을 믿는다니까. 확인한다고 자꾸 찾아다녀. 정신이 아주 아픈 놈이야.
친구를 타박하는 그 말투가 어쩐지 귀여웠다.
동시에 인희는 오래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고등학교 시절.
자신도 어른이 된 줄 알았던 때.
머리를 질끈 묶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처럼 자신만만했던 시절.
사람들은 자신에게 나이보다 성숙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장난도 많았고, 엄마에게 혼날까 봐 성적을 속이던 철없는 아이였다.
어른인 척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몰랐던 자신.
그래서인지 고등학교 시절은 인희에게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짧은 판단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너무 빨리 결혼을 선택했던 시간.
그때 조금만 달랐다면 자신의 인생도 달라졌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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